한국이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17분. 동점골이 터지기를 목 빼고 기다리던 붉은 물결의 스탠드가 갑자기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황선홍, 황선홍'을 외치는 함성이 뒤를 이었고 대기심이 선수교체 표시판을 번쩍 들고 황선홍의 교체투입을 알렸다. 국가대표팀 최고 맏형이자 14년간 태극유니폼을 입었던 황선홍(34.가시와 레이솔)의 생애 100번째 국가대표팀 경기 출장은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 10일 미국과의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에 받혀 오른쪽 눈자위가 찢어졌던 황선홍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는 결장했으나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 다시 나섰다. 황선홍은 그라운드에 들어가자마자 종횡무진 달리며 상대수비를 흔들었고 노장투혼은 다소 힘들어 하는 후배들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 후반 43분 박지성으로부터 연결된 패스를 왼발로 가볍게 감아 차 설기현의 기적같은 동점골을 만든 것을 비롯, 여러차례 기회를 만들면서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황선홍은 폴란드와 첫 경기를 앞두고 `마지막 불꽃을 사르기 위해서'라며 이번대회가 끝난 뒤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었다 그리고 자신의 약속대로 매 경기 혼신의 힘을 다했다. 폴란드전에서는 그림같은 선취골을 터트려 한국의 월드컵 첫 승을 만들어냈고미국과의 두번째 경기에서는 붕대 투혼으로 후배들을 독려했다. 이날 출장으로 황선홍은 차범근, 최순호, 홍명보에 이어 국내선수중 4번째로 A매치 100회 이상 출장한 선수들의 모임인 `센추리클럽'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는 한국이 월드컵 8강에 오른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이날 경기가 A매치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그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은퇴무대를 이미 충분히 영광스럽게 만든 황선홍이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다시한 번 진가를 발휘하고 태극마크를 반납하기를 국민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특별취재단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