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기적같은 동점골을 넣은 것은 후반 43분. 불과 2분만 지나면 경기종료 휘슬이 불고 스탠드를 붉은 물결로 가득 채웠던 관중들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경기장을 떠나야 하는 순간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수비수를 공격수로 바꾸는 등 초강수를 띄워 한국이 계속 몰아붙이면서 상대문전을 두드렸지만 좀처럼 빗장은 열릴 것 같지 않았다. 안정환이 골문을 노크하다 여의치 않았고 상대수비수의 발을 거친 볼이 미드필드 중앙으로 내려 와 있던 박지성에게 연결됐다. 곧바로 슛할 자세를 취했던 박지성은 상대 페널티지역 오른쪽 라인근처에 있던 황선홍에게 패스했고 황선홍은 그대로 왼발인사이드로 감아올렸다. 반대쪽의 설기현을 겨냥했던 것. 회전을 많이 먹은 공은 상대수비수 파누치의 무릎과 손을 잇따라 맞고 튀었다.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해야 할 상황. 그러나 설기현은 주심이 휘슬을 불 여유도 주지 않고 오른발로 강하게 땅볼슛했고 볼은 골문 오른쪽 모서리 깊숙한 지점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경기장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대전=연합뉴스)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