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선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이끄는중도우파가 총 577석 중 400석 가까이 석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압승했다. 소프레스, 입소스, CSA 등 3개 여론조사기관이 16일 오후 8시(현지시간) 투표종료 직후 발표한 컴퓨터 예측에 따르면 중도우파는 385-399석, 중도좌파는 172-187석을 얻을 것으로 집계됐다. 중도 우파 중 시라크 대통령 소속 정치연합체인 대통령여당연합(UMP)은 364-384석을 얻어 하원에서 단독 과반수를 형성하고 UMP에 합류하지 않은 프랑스민주연합(UDF)은 21-26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측됐다. 중도 좌파중 사회당은 150-161석, 공산당은 21-25석, 녹색당은 1-2석을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장-마리 르펜 당수가 이끄는 국민전선(FN) 등 극우파는 한석도 얻지 못하거나 1석 정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로써 중도 우파는 대통령직, 상원에 이어 하원과 내각을 장악하게 됐으며 지난달 대선에서 재선돼 집권 2기를 시작한 시라크 대통령은 샤를 드 골 대통령 이후가장 강력한 대통령으로 부상하게 됐다. 전(前) 집권당이자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 이후 프랑스 정계를 풍미해왔던사회당은 대선후보였던 리오넬 조스팽 전총리가 대선 1차투표에서 르펜에게 어이없이 패배해 탈락한 이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결국 참패했다. 대선 1차투표에서 '르펜 돌풍'을 일으켜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를 경악시켰던 극우파는 거국적인 반(反)극우전선에 부딪혀 대선 2차투표 때부터 주춤거리기 시작하다 총선에서 결국 0-1석을 얻는 데 그쳐 일단 후퇴조짐을 보였다. 좌파의 참패 와중에서 한때 총리 물망에 올랐던 마르틴 오브리(사회당) 릴 시장,도미니크 부아네 녹색당 당수, 장-피에르 슈벤망 전(前)내무장관, 피에르 모스코비시 전(前)유럽담당 장관, 레몽 푸르니 사회당 하원 지도자 등 전(前)집권 연정을 구성했던 좌파 정당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우파 과도내각을 이끌고 있는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는 우파 압승이 예상되자정부와 새 의회는 유권자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국정전반의 신속한 개혁을 다짐하고 "시라크 계획이 의회 과반수를 획득했다"고 환호했다. 사회당 소속인 자크 랑 전교육부 장관은 "좌파가 서민과 젊은이들의 표를 잃은이유가 무엇이냐"며 "좌파는 진정한 지적 혁명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펜 당수는 "FN만이 혼자서 독립 프랑스를 위해 싸웠다"며 이번 선거의 높은기권율에 빗대 "시라크가 각종 기록을 양산하고 있으며 조만간 혼자로 남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총선 2차투표는 지난 9일 실시됐던 1차투표에 뒤이은 것으로 1차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얻어 당선자가 확정된 58개 선거구를 제외한 519개 선거구에서 실시됐다. 2차투표에는 1천40여명이 입후보했으며 이중 여성이 28%를 차지했다. 이번 선거의 기권율은 37-40%로 총선 1차투표 때의 35.5%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유권자들의 선거무관심을 다시한번 보여줬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