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혈전에 4천700만이 가슴 졸였다. 한.일 월드컵 D조 한국-미국전이 열린 10일 오후 대구 월드컵경기장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는 `붉은 물결'이 넘실대면서 뜨거운 응원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대구 월드컵경기장을 비롯, 서울 시청앞 광장과 광화문 거리 등 전국에서는 100만명이 넘는 응원인파가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하나가 됐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서울 시청앞 광장 등 전국의 100만여명의 응원단과 시민들은 시종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도 1-0으로 뒤진 채 전반전이 끝나자 아쉬워하는 분위기. 특히 전반 황선홍 선수가 미국팀 선수와 부딪쳐 왼쪽 눈가에 피를 흘리면서도 운동장에서 뛰는 `붕대 투혼'을 발휘하자 응원단과 시민들은 걱정하면서도 황 선수의 투혼에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이날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이 미국팀을 맞아 전반 24분에 일격을 당하자 전국은`아'하는 탄성으로 숨죽였으나, 후반 33분에 `테리우스' 안정환 선수가 그림같은 동점 헤딩골을 터뜨리자 함성소리가 지축을 흔들었다. 경기가 열린 `달구벌'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는 6만800석이 온통 `붉은 물결'로 출렁이는 가운데 응원의 함성이 끊이지 않았으며, `붉은 악마'팀은 전.후반 90여분간 쉬지않고 우리 대표팀의 선전을 열광적으로 응원했다. `12번째 태극 전사'인 붉은 악마들은 대표팀 선수들과 혼연일체가 돼 경기에 몰입했으며, 안정환 선수가 만회골을 넣은 뒤 `쇼트트랙 세레모니'를 하자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이날 경기장을 비롯, 전국 곳곳에서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열광적인 응원전이 전개됐지만, 우려했던 `반미응원'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한점 흐트러짐없이 깨끗한 응원전을 펼쳐 성숙한 관전문화를 재확인시켰다. 경기가 끝난 뒤 응원단과 시민들은 지난 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첫 출전한 이래 우리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밝아졌다'며 태극기를 흔들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시민들은 태극 전사들이 후반전에 들면서 특유의 정신력과 투지로 동점골을 넣자 `우리 대표팀 장하다' `코리아팀 파이팅' 등 연호와 박수를 보내며 태극 전사들의 선전을 격려했다. 회사원 김대신(33.여)씨는 "아쉽지만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 모두가 자랑스럽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짖궂은 날씨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투혼이 살아있는 경기를 펼쳐 너무 대견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양정고 1학년 나영수(16)군은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미국 오노 선수에게 빼앗긴 금메달의 통한을 안정환 선수의 `쇼트트랙 골 세레모니'로 날려버렸다"면서 "우리대표팀은 16강은 물론, 8강에도 문제없다"고 환하게 웃었다. 경찰은 이날 서울 광화문거리 등 10곳에서 45만2천여명, 경기 4만2천여명, 부산2만5천여명, 대구 3만8천여명, 인천 1만6천여명, 전남 2만5천여명 등 전국 81곳에서66만여명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실제 신고되지 않은 대학가와 동네 어귀 등을 감안할 경우 `길거리 응원'에 나선 응원인파는 전국적으로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며, 서울에서도 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과 시청앞 등 전국 `응원의 거리' 70여곳에 84개 중대 1만여명의 경찰력을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며, 세종로 미 대사관과 정동 미 대사관저 인근에 `폴리스 라인'과 블록을 지정,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시민들 `16강 진출' 자신감 (서울=연합뉴스)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