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후배들이 원을 풀어줘 너무도 고맙습니다" 지난 1954년 스위스 월드컵대회에 첫 출전해 국가대표 골키퍼로 활약했던 축구원로 홍덕영(76.서울 성동구 옥수동)옹. 당시 헝가리에게 9골, 터키에게 7골을 내주고 가슴이 시퍼렇게 멍들었던 한을 반세기 가까이 가슴에 품고 있던 그는 4일 밤 병상에 누워서도 잠시도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노환으로 병원에서 치료중이지만 이날 한국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서울 한남동의 아들내외 집에 가서 같이 축구경기를 시청했다. 홍옹은 "당시 대포알같은 강슛을 막느라 엎어지고 쓰러지며 악착같이 막았다"며"온 몸을 던졌기 때문인지 오히려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고 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한 "어떤 공은 잘 막았는데도 힘에 밀려 넘어져 골을 허용하기도 했다"며 "교체할 선수가 없어 탈진한 선수들이 후반에 4명이나 쓰러져 7명이 악전고투해야 했으며 정신없이 슈팅을 막아내자 다른 선수들이 골키퍼를 조금이라도 쉬게 하기 위해 볼을 관중석으로 차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날 황선홍의 선제골에 이어 유상철의 쐐기골을 지켜본뒤 한국팀의 승리가 확인되는 순간 그는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 젊은 선수들이 2대0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승리를 거둬 너무나 놀랍고 기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남은 경기에서도 집중해 16강에 올라갈 수 있도록 잘 싸워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홍옹은 함남 함흥에서 태어나 지난 45년 겨울 혈혈단신 월남했으며 보성전문에 편입, 학교내에서 우연히 동창을 만난 축구에 발을 들어놓은뒤 47년부터 8년간 국가대표 골키퍼를 지냈다. 그는 스위스월드컵이후 은퇴, 10년간 국제심판을 맡는 등 축구와의 인연을 유지해왔으며, 지난 48년 경기에 앞서 직접 망치를 들고 축구화의 스터디를 손질하고 있는 모습의 사진은 지금도 월드컵조직위(KOWOC) 해외홍보관에 전시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