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폴란드전이 열린 4일.날이 밝으면서부터 온 국민의 시계는 저녁 8시30분에 고정됐다. 서울의 대학로는 아침부터 응원준비로 교통이 통제됐고,서울역과 김포공항,고속터미널은 부산으로 가는 응원단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며칠 남지 않은 지방선거 유세도 중단되고,대선후보들은 부산역 광장과 해운대 백사장에서 응원가를 불렀다. 속세와 인연을 끊은 스님들도 하안거(夏安居·여름 수행 정진)를 일시 중단하고 16강을 기원했다. 서울 대학로에서부터 제주도 탑동해안 광장까지 전국 곳곳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앞에는 대표팀 첫 승을 기원하는 국민들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전 국민이 16강의 염원으로 하나가 된 날이었다. 한국의 대표 응원단인 '붉은 악마'는 경기가 열리기 전날인 3일 저녁부터 이미 응원의 북을 울렸다. 부산 해운대 해변에서 어둠을 뚫고 해가 솟아오를 때까지 이들의 함성은 계속됐다. 한국팀의 첫 승을 기원한다는 정미경씨(29)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승리이며 이것은 바로 한국민에게 희망과 미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한편 4일 일본 사이타마경기장에서 벌어진 일본과 벨기에 경기에서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인 끝에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일본은 후반 12분 벨기에의 빌모츠에게 오버헤드킥으로 골을 허용했으나 14분과 23분에 스즈키와 이나모토가 잇따라 벨기에 골망을 흔들며 경기를 역전시켰다. 그러나 7분 뒤 벨기에의 반데르헤이든이 동점골을 넣으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앞서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2 월드컵 예선C조 경기에서 코스타리카는 후반 로날드 고메스와 마우리시오 라이트의 연속골로 중국을 2-0로 완파했다. 고메스는 후반 16분 공격수 파울로 완초페의 슛이 중국 수비수의 몸에 맞고 나오자 침착하게 왼발로 차넣어 선취점을 뽑았다. 코스타리카는 4분 뒤 고메스의 패스를 받은 라이트가 골문 앞에서 헤딩슛,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