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돼지콜레라에 이어 경기도 안성과 충북 진천에서 잇따라 돼지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전국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이 초비상이다. 일본이 이미 한국산 우제류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고 제주도에서도 타지역 우제류 반입을 금지한 가운데 시중에는 벌써 가격폭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이에 따른 관련업계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하루 돼지 2천200마리, 소 30-50마리를 도축하던 이천시 부발읍 신영축산은 3일 오후부터 폐쇄조치돼 기존 도축육도 출하하지 못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신영축산 관계자는 "도축장 및 육가공업체 직원 200여명이 출근하지 않아 도축장은 텅 빈 상태"라며 "도축장 폐쇄가 장기화되면 협력업체들의 운영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천시 모가면 양돈농가 손모(44)씨는 "돼지구제역은 소와 달리 확산이 빠르고 폐사율도 높아 걱정이 태산"이라며 "철원 돼지콜레라 여파로 돼지값이 15%까지 떨어졌다가 이제 겨우 회복세로 돌아서는가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한숨을 쉬었다. 3천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삼죽면 삼죽농장 주인 박장원(32)씨는 이날 2㎞ 거리의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 당국의 통제로 출하를 하지 못하고 사료도 배달이 안돼 일손을 놓고 앉아 혹시 자신의 농장도 구제역이 발생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표정이었다. 2000년 4월 홍성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충남도내 양돈농가들도 충북 진천까지 내려온 구제역 소식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충남도내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정육점 등의 돼지고기 판매도 크게 줄어 롯데마그넷 대전점의 경우 지난 3일 매출액이 400만원으로 전월 550만원에 비해 27.2% 감소하는 등 유통업계도 구제역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접어들었다. 아산양돈협회 남성현(48) 지부장은 "농가들이 일본 수출을 위해 지난해보다 10%가량 돼지 사육을 늘렸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수출길이 막히면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농가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돼지콜레라에 이어 구제역 방역까지 겹친 강원도는 대대적인 살처분에다 18개의 이동통제소를 운영하느라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철원축협육가공공장 도축물량은 30% 수준으로 떨어졌고 경계지역 밖에서 생산되는 돼지도 인체에 무해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철원산을 기피해 양돈농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하루 800-900마리를 도축하던 철원축협 도축장은 콜레라 1차 발생후 도축두수가400마리로 떨어졌다가 정상을 되찾아 지난달 30일까지 800여마리를 도축했으나 2차콜레라 발생 후 2일에는 587마리, 3일에는 40마리로 급격히 곤두박질 치고 있다. 경남 김해 공판장에서는 돼지고기 경매가가 3일 3천100-3천300원에서 4일에는 2천700원 선으로 떨어졌다. 지난 달 29일 2년여 만에 일본 수출을 재개했던 제주도내 가공업체도 첫 수출물량의 일본 통관 불허 조치가 거의 확실해지면서 수출용 냉장.냉동육 가공을 중단했다. 제주도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관련 규정에 따라 소, 돼지, 사슴 등 우제류와 그 부산물 반입을 전면 금지, 분야별 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전국 자치단체가 초비상 방역체제에 돌입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김경태.이은파.임보연.홍동수기자 ds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