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경상수지 적자를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폴 오닐 미국 재무부 장관은 IMF 경제학자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상수지 적자는 정책결정자들이 신경쓸 필요가 없는 의미없는 개념이라는게 그의 논지다. 오닐의 관점은 경험을 완전히 무시한 주장이다. 현재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2003년까지 매일 약 20억달러를 외국에서 빌려와야 하는 규모다. 이를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미국 자산에 대한 외국인들의 수요가 줄어들 경우 달러화에 미칠 영향은 미 재무장관에게 잠못드는 고통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오닐은 경상적자가 회계상으로 자본순유입에 상응하는 것일 뿐이며 민간 회사와 개인들의 합리적인 투자 및 저축 결정에 의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정부는 민간 회사나 개인들의 행동에 간섭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는 오닐의 생각은 나름대로 옳은 측면도 있으나,세가지 면에서 결점을 갖고 있다. 우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더이상 순수한 민간부문의 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감세와 방위비 증액은 미국 재정을 다시 적자로 밀어넣고 있다. 경상수지는 민간과 공공 부문의 순저축과 일치하기 때문에 재정적자는 대외 적자를 증가시킨다. 두번째는 저축과 투자에 대한 민간부문의 결정은 때때로 기업이익과 주식시장 수익률에 대한 그릇된 희망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몇년간 월가의 성적표를 보면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실수를 바로잡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사적으로 볼때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는 언제나 결국 붕괴하고 만다는 것이다. 더 많은 달러자산을 계속 보유하려는 투자자들의 성향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자본 유입이 바닥나게 되면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 수요의 감소나 달러가치 하락을 통해 줄어들게 된다. 선진국들의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적자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5%를 초과하게 되면 저절로 감소세로 돌아선다. 이 조정과정에서 명목 환율은 평균 40% 하락하고 경제성장은 급격히 둔화되는 역기능이 초래된다. 미국은 올 연말께 이 위험수위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이전의 경기침체기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수요와 수입이 줄어들면서 감소했다. 지난해 미국 적자규모는 GDP대비 4%대를 유지했다. 올해는 미국의 소비지출이 계속 늘어나면서 수입이 증가해 적자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적자규모가 2003년말께 GDP 대비 6%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 30년간 선진7개국(G7) 적자규모 가운데 최대 수준이다. 최근 몇년간 자본유입은 경상수지 적자를 채우고도 남았다. 이에 따라 달러 강세는 지속돼 왔다. 달러자산에 대한 외국인들의 수요가 시들해지면 달러가치는 폭락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해도 정책결정자들이 신경쓸 문제가 아니라고 오닐은 말할 수 있을까.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5월3일자)에 실린 'The O'Neill doctrine'이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