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사문화-근로자의 날] '7년연속 무분규' 현대중공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5월1일은 근로자의 날.
산업현장에서 땀 흘린 노동자들이 모처럼 쉬면서 누적된 피로를 씻어내는 날이다.
올해 근로자의 날을 맞는 노사 표정은 대체로 밝다.
모처럼 회복기미를 보이는 '한국경제호'의 순항 덕분이다.
어렵사리 얻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동반자적인 노사협력 관계가 우선 돼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경영자와 근로자가 서로 운명적인 '한몸'임을 인식해야만 무한경쟁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다.
높이 82m의 골리앗 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수출선박 블록을 탑재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작업현장.
고부가 컨테이너선을 생산하는 건조2부 김인선 차장은 "발주받은 선박들의 납기 날짜를 맞추느라 야근.특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일에도 건조2부 전직원의 64%(4백54명) 가량이 특근을 해야 할 정도로 눈 코 뜰새없이 바쁘다.
앞으로 2년 정도까지 꽉찬 일감을 확보해 둔 현대중공업은 선박블록들을 쌓아둘 공간이 없어 아예 영빈관 주변 산턱 절반을 깎아내 블록조립야드로 활용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노사 모두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낸 상생의 신노사문화가 가져다준 결실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사화합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지난 90년 4월28일 한국 선박수출의 심장부인 골리앗 크레인이 멈춰섰다.
74명의 노동자들이 파업사태를 진압하려던 경찰력 투입에 맞서 골리앗 크레인으로 올라가 13일간 노동운동 사상 초유의 '하늘투쟁'으로 불리는 '골리앗 고공농성'을 전개했다.
사상 최악의 영업손실을 가져온 골리앗 농성 이후 5년간 현대중공업 노사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회사측은 이때 노사상생의 문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됐다.
회사는 95년부터 대립적 노사관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시도했다.
무엇보다 근로자들이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도록 '고용보장'을 선언했다.
사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 경제적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 동종업계 최고수준의 임금을 주도록 최선을 다했다.
회사의 모든 경영사정도 사실 그대로 노조에 낱낱이 공개했다.
현장중심의 노사간 신뢰를 쌓기 위해 노사협력실 인력을 이전의 15명에서 25명으로 크게 늘렸다.
87년 노조설립 때부터 노사업무를 직.간접적으로 전담해온 '노사관리 베테랑' 중심으로 인력을 재편성했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97년 경영지원본부장에 발탁된 신명선 부사장의 노사화합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투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회사측의 이러한 노력은 89년 전국 최장기록인 1백20일간 파업, 90년 골리앗 투쟁,노조설립 후 연평균 '36일 분규' 등으로 얼룩진 최악의 노사관계를 상생의 관계로 탈바꿈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노사는 97년 6월25일 노동쟁의 조정신청조차 없이 노사협상을 마무리하는 새로운 진기록을 세운다.
회사는 이에 힘입어 1만6천여가구의 사원아파트 건립과 6개의 종합문화예술회관 운영, 교육시설 확충 등 사원들의 삶의 질 향상에 적극 나섰다.
노조원들도 회사측의 이같은 노력에 화답하면서 지난해 7월 민주노총 총파업과 올해 발전노조 연대파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 등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는 결국 지난해 9월 7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하는 기록을 낳게 했다.
연말에는 사원들이 정기상여금 7백%에 연말성과급 2백%, 임협타결금 1백% 등 무려 1천%의 상여금(총 3천억원)을 지급받아 주변 사업장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노사화합의 공로를 인정받아 근로자의 날을 맞아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한 신 부사장은 "이러한 어려움도 97년 외환위기때 굳어진 노사간 상생의 문화가 있는 한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