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軍작전식' 하이닉스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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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구를,무엇을 위한 매각입니까?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양해각서(MOU)를 맺어 놓고 금융감독위원장이 직접 나서 무조건 동의하라니 말이 됩니까?"
-매각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면 청산을 해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헐값으로 마이크론에 넘기는 것 보다 국가경제를 위해 오히려 낫지 않습니까?"
26일 한 투신사 관계자와 기자 사이에 오간 대화다.
여기서 하이닉스의 헐값매각 시비나 MOU의 문제점을 다시 거론하려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이날 투신사 증권사 리스사 등 하이닉스의 제2금융권 채권단 대표자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소집이 통보된 건 지난 25일, 장소는 당초 서울 여의도 산은캐피탈의 세종클럽이었다.
그러나 회의소집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여의도 맨하탄호텔로 변경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18일 이덕훈 한빛은행장에게 협상 대표권을 일임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17일 열린 채권단 운영위원회가 협상대표권 위임에 난색을 표하자 정부가 직접 나서 말을 듣지 않는 채권단을 '각개격파'했다. 간신히 동의를 얻자마자 이 행장은 미국으로 날아가 마이크론의 협상안에 서명을 했다.
문제는 이것 만이 아니다.
정부는 하이닉스 문제를 질질 끈다는 이유로 김경림 전 외환은행장을 사실상 경질해 버렸다.
그리고 이덕훈 한빛은행장을 채권단 대표로 '임명'했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 일부가 만들어 놓은 '독자생존 방안'은 서랍속에 처박혔다.
물론 이미 맺은 MOU가 채권단의 거부로 무산됐을 경우에 발생할 국가신용도의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하이닉스를 매각키로 했다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적어도 채권단에게는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옳다.
왜 하이닉스를 팔아야 하는지에 대해 채권단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군사작전식으로 하이닉스를 처분하려는 것만 같아 씁쓸하기 그지 없다.
하영춘 경제부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