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아파트 4차 동시분양가 분석] '가격 자율규제' 약발 안먹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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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 구청에 내린 '아파트 분양가격 자율조정 시행방안'을 통해 올해 서울지역 4차 동시분양분부터 분양가 인상에 제동을 걸려던 서울시의 조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업계의 반발만 사고 있다.
24일 발표된 이번 4차 동시분양 참가업체들의 분양가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강력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업체들이 분양가격을 주변시세와 엇비슷하게 맞추거나 소폭인하에 그치는 등 '시늉'만 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분양가 이상급등 현상을 보였던 지난 3차 동시분양을 제외하면 이번에도 상당히 높은 가격대에서 분양가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이날 서울시가 주택건설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변수를 무시한 채 표준건축비와 공시지가, 주변시세 등 몇개의 간단한 요소만으로 분양가를 재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비판했다.
심지어 서울시의 조치가 위헌소지를 안고 있다며 업계의 공동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일부 업체의 과세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할 경우 분양가 규제 지침을 둘러싼 시비가 법정공방으로까지 이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 시늉만 낸 분양가 인하 =이번 4차 동시분양의 분양가격은 급등세를 보인 작년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지난번 3차 동시분양 당시 '분양가 급등논란'을 일으킨 대치동 동부센트레빌과 신사동 중앙하이츠 같은 '노른자위 단지'가 없어 다소 낮아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강남구에서 유일하게 선보인 엑스인하우징의 '역삼 트레벨' 15평형은 평당 1천1백30만원선에서 분양가가 책정됐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과 비교하면 상당히 인하된 것처럼 보이지만 어차피 동부센트레빌은 입지나 단지규모, 평형 등에서 차이가 커서 비교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엑스인하우징의 분양가가 인하된 것이라는 분석은 무리다.
서초구 방배동 '대림 e-편한세상'은 기준층을 평당 1천2백96만원에 내놨다.
올해 분양된 방배동 '대림 e-편한세상 2차'와 서초동 '롯데 캐슬 쥬피터'의 분양가 1천2백99만원 및 1천2백77만원과는 큰 차이가 없다.
은평구 증산동 문영마운틴(34평형)은 평당 6백35만원선이다.
지난해 12차에 선보인 인근의 구산동 '경남 아너스빌'(5백40만원선)보다 오히려 비싸다.
광진구 광장동 현대홈타운 53평형도 인근 극동2차 55평형(평당 1천90만원)과 비슷한 평당 1천50만원 안팎에서 분양가가 정해졌다.
◆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시는 이번 4차 동시분양부터 표준건축비와 토지매입비, 주변시세 등 3요소를 적정분양가 평가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건축비는 표준건축비(평당 2백30만원)에서 30%를 넘지 못하고 토지매입비도 공시지가에서 2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아파트 단지의 위치 및 입지여건, 시공방법, 초기투자비용 등 다양한 비용변수 때문에 서울시가 내세운 3가지의 단순요소만으로는 분양가의 적정성을 평가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주변시세의 경우 일부 중개업소가 부르는 시세에 의존하는데다 그것도 특정 평형에 한해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객관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금까지 건설업체들이 멋대로 인기단지의 높은 시세를 들이대며 분양가를 책정했던 '눈속임'을 서울시가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땅주인과 시행사가 분양가를 올리고 있는 현실을 파악한 뒤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며 "업계가 수용할 수 있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분양가 산정기준이 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객관적인 적정분양가 평가를 위해 시민단체 및 소비자단체가 참가하는 분양가평가위원회(가칭)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박영신.김진수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