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불법체류방지 대책에 따라 내달 25일까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자진신고를 해야 하는 밀입국 불법체류자들이 법무부의 홍보부족과 경찰의 `관할 떠넘기기'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22일 서울 종로경찰서 민원봉사실 앞 인도에는 오전 이른 시간부터 10m가 넘게이어진 불법체류자들의 줄이 점심 시간이 다 돼서도 여전했다. 이들 대부분은 불법체류방지 대책에 따라 경찰서에 여권분실신고를 내러 온 밀입국 중국동포들. 법무부에 따르면 여권분실신고를 한 뒤 신고증을 중국 대사관에 제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제출하면 내년 3월31일까지는 출국을 위한 합법적 체류준비 기간을 갖게 된다. 여권분실신고 과정에서 밀입국 불법체류자들이 겪는 애로 사항은 여권분실신고 절차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과 일선 경찰서의 `관할 떠넘기기'로 인한 시간낭비다. 밀입국자 수가 가장 많은 중국동포의 경우, 주변인을 통해 자진신고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를 들은 뒤 일단은 중국 대사관 또는 가까운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지만,여권이 없는 불법체류자들은 여권분실신고를 먼저 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듣고서야 경찰서를 찾는다. 지난달 중순 신문광고를 통해 실시된 법무부의 체류방지대책 홍보가 정작 대상자인 불법체류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동포 김모(40)씨는 "자진신고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몰라 대사관을 찾았다가 경찰에 먼저 신고부터 하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나 외에도 대부분이 어떻게 자진신고를 하는지 몰라 이쪽 저쪽을 왔다갔다 한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여기에다 종로나 양천 등 일부 경찰서를 제외하고는 불법체류자들을 상대로 한 여권분실신고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인접 지역에 위치한 두 경찰서의 경우 하루에 200~400명 가량의 불법체류자들을 맞이하느라 다른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하는 상황이지만 이외의경찰서에서는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며 떠넘기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한 경찰서 민원봉사실 관계자는 "여권분실신고는 아무 경찰서에서나 되지만, 불법체류자 자신신고를 위해서는 (여권) 분실지 관할로 가야한다"는 입장이고 또 다른경찰서 민원봉사실 관계자 역시 "여권분실 신고는 주소지 관할만 된다. 우리도 다른업무가 많아 불법체류자 자신신고 업무까지 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모든 경찰서가 여권분실신고 업무를 취급한다는 말만 듣고 종로나 양천이 아닌 경찰서를 찾은 불법체류자들 중 상당수가 피해를 입고 있다. 규정상 여권분실신고는 어느 경찰서이든 가능하지만 현장에서는 업무과중을 이유로 미루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셈. 중국동포 이모(가명.35.여)씨는 "아침 일찍부터 기다리다가 다른 경찰서에서도 일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갔지만 `주소지 관할로 가라'며 거절당해 다시 돌아오는 바람에 오전 시간을 다 허비했다"고 말했다. 종로서 민원봉사실의 한 관계자는 "오전에도 분실신고를 하러 온 불법체류자가 너무 많아 인근 경찰서에서 일을 보도록 안내했으나 그 곳에서는 자신들의 업무도바쁘다며 이쪽으로 다시 돌려보내 이를 두고 언쟁을 벌였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무부가 아예 처음부터 이 부분을 고려해 일선 경찰서와 원활한 협조관계를 구축했으면 이같은 혼란은 줄어들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