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대우자동차를 독자적인 연구개발(R&D) 및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갖춘 소그룹으로 육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부평공장을 포함한 대우차 국내부문 매출증가율을 매년 5% 이상씩 신장시키고 중국에도 별도로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우차 고위관계자는 16일 "신설법인인 'GM-대우차(가칭)'사장 내정자인 닉 라일리가 최근 대우차를 GM내 소그룹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GM은 대우차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및 일부 유럽시장에서 자체 글로벌 전략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GM의 이같은 방침은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대우차의 하청기지 전락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GM의 유럽 자회사인 오펠의 소형차(코르사)나 GM 본사의 저가 중형차(시보레)도 당분간 국내에 반입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가 GM내 소그룹으로 육성될 경우 독일 오펠식 경영기법이 도입될 전망이다. 지난 1929년 GM에 인수된 오펠은 배기량 1천5백∼2천㏄급 중소형차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R&D 마케팅 디자인 등에서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갖고 있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1백51만대로 GM 내에서 17.7%의 비중을 차지했다. GM은 대우 소형차 부문이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나 동유럽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보고 이들 지역에서 자율적인 경영권을 보장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GM은 또 부평공장의 R&D센터가 GM그룹이 생산하는 월드카 등을 각 지역 실정에 맞게 '튜닝(세부 보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지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GM코리아의 이기섭 상무는 "신설법인이 본격 출범하는 올 하반기부터 GM그룹 내부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GM내 미국과 유럽의 개별 메이커들은 신설법인의 소그룹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GM은 부평공장을 포함해 신설법인의 연평균 매출증가율 목표를 5% 이상으로 책정했다. 이는 당장 외형(매출)을 대폭 늘리는 공격적인 경영을 배제하고 대우차의 기존 영업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정비해 향후 글로벌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시장 진출도 동아시아 및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대우차의 경쟁력이 입증되면 적극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GM의 이같은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신설법인은 향후 3년내에 부평공장까지 인수함으로써 GM내 명실상부한 동아시아 전진기지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