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0시 수원시 동수원사거리 인근에 마련된 신창건설의 '신창미션힐' 견본주택. 휴일 아침을 맞아 견본주택안은 실수요자들로 북적였다. 이날 하룻동안 이 견본주택을 다녀간 이들은 줄잡아 8천여명. 문을 연 지난 12일 이후 3만명이 넘는 인원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3일 오후 3시 풍림산업이 서울역 인근에서 공급하는 오피스텔 '서울역아이원플러스'의 견본주택. 개관 첫 날임에도 불구하고 모델하우스 안은 썰렁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전에 수십명의 내방객이 찾아와 반짝 장이 열린 뒤로 찾는 사람이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모델하우스 입구를 점령하고 있던 떴다방의 간이천막과 명함 뿌리기에 바쁜 업자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주말 서울·수도권에서 일제히 문을 연 아파트 및 오피스텔 견본주택 10여곳을 점검해본 결과 아파트 분양시장은 실수요자들의 인기를 끌만한 단지를 중심으로 여전히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오피스텔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선별적 호황=대단지 역세권 등 유망 아파트 입지조건을 가진 곳은 여전히 활황세를 지속하고 있다. 신창미션힐 외에 이테크E&C가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에 공급하는 '써니밸리Ⅱ'의 견본주택에도 개관 첫날인 13일 하룻동안 1천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죽전 포스홈타운 등 최근 용인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된 다른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와 비교하면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열기는 뜨거웠다. 이전과 달라진 가장 큰 특징은 가수요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황용섭 신창미션힐 모델하우스 소장은 "3월까지만 해도 견본주택 방문객의 50% 정도가 실수요자였지만 지금은 실수요자 비중이 70%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견본주택 주변에서는 가수요의 주범인 떴다방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주택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이달 들어 묻지마 청약열기가 사라지면서 입지여건이 떨어지는 곳은 미분양이 속출하는 반면 생활기반 여건이 좋은 곳은 활황세를 이어가는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어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오피스텔 냉각=아파트 분양시장과는 달리 오피스텔 분양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는 일산 지역 오피스텔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일산 백석동에 5백실이 공급되는 한라건설 '한라밀라트'의 경우 견본주택 오픈 첫날인 14일 24평형(3백94가구)과 26평형(90가구) 물건은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5∼31평형 4백11실이 공급된 장항동의 신성 하이네스트도 마찬가지. 이곳 분양 관계자는 "비교적 많은 숫자가 공급된 15,19평형대를 중심으로 물건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그는 "분양률이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짐작케 했다. 일산지역 공급업체들은 모델하우스를 비슷한 시기에 열어 동시분양의 효과를 기대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는 게 분양대행사의 설명이다. 업체 관계자는 "선착순 분양 금지 방침 이후 내방객 수가 종전의 25%선까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오피스텔 시장은 냉각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보라매공원 인근에서 견본주택을 열 예정이었던 H사는 수요자들의 관심이 워낙 낮아 개관일을 16일로 전격 연기했다. 이처럼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침체된 이유는 공급과잉 문제가 대두된 데다 서울의 경우 선착순 분양 금지 조치가 찬물을 끼얹는 직격탄이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조성근·송종현·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