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체들이 서울시내에서 공급할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견본주택 용지를 구하지 못해 분양날짜를 뒤로 미루는 등 사업추진에 비상이 걸렸다. 견본주택 용지 품귀현상이 지속되자 도심 자투리땅 임대료도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치솟고 있다. 그나마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오는 23일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개장을 목표로 한달 이상 땅을 물색하고 있는 H건설은 개장 2주일을 남겨놓고도 부지 계약을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지금 구해도 공사일정을 감안하면 개장날짜를 지키지 못해 분양연기가 불가피하다는 게 영업담당 임원의 설명이다. 이달말 서초동에서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있는 K건설도 지금껏 마땅한 견본주택 부지를 찾지 못했다. K사도 이번주 내에 구하지 못하면 분양일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서울 도심 모델하우스용지 임대료는 비역세권 2백∼3백평을 기준(2년임대)으로 2억∼3억원선이었다. 그러나 최근 2∼3개월새에 2배 이상 오른 5억∼6억원선에 임대료가 형성돼 있다. 여기에다 일부 땅주인들은 '소득세 별도'라는 요구조건까지 붙이고 있어 웬만한 역세권 땅은 9억∼10억원선을 호가한다. 한마디로 부르는 게 값이다. 이처럼 견본주택용지가 금싸라기로 부상하자 견본주택용지가 될 만한 땅을 확보했다가 건설업체에 비싼 값에 재임대하는 전문업자까지 등장했다. 주택업체들은 견본주택 용지 확보가 어렵게 되자 사업현장에 견본주택을 짓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지역3차 동시분양에 선보인 17곳 가운데 10개 단지가 현장에 견본주택이나 샘플하우스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