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지난 2일 발전파업 노정 합의문을 타결짓고 총파업을 철회한뒤 임원 총사퇴와 대조합원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갈수록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내홍이 어떻게 정리되느냐는 문제가 올해 춘투는 물론 노사관계의 향배와 수위를 결정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조직 및 노선 변화 = 일단 오는 8일 열릴 중앙위원회에서 수감중인 단병호 위원장을 제외한 허영구 위원장 직무대행, 이홍우 사무총장, 부위원장 6명 등 모두 8명의 임원이 물러나면서 비상대책기구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위원장 재선거를 통해 빨리 조직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지만 단 위원장이 구속 수감중인데다 당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상대책기구 구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비상대책기구는 이번 파업 타결 협상을 이끌었던 `중앙파'로 통하는 세력들이 상당수 뒤로 물러나고 온건세력인 `국민파'가 전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택시노조, 보건의료노조, 전교조, 화학연맹 등이 주도하고 있는 국민파는 현 집행부에 비해 온건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민파'가 비상대책기구를 주도하더라도 발전파업으로 야기된 노정 긴장관계와 산하 조합원들의 불만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강성 기류'가 주류로 조직을 이끌어 갈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파업 철회를 놓고 `백기 투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에 당장 발전노조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산하 연맹 등 조직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강경한 대정부 투쟁 기조를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단 위원장이 조기에 석방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일단 비상대책기구를 통해 내홍을 수습한뒤 7,8월께 위원장 재선거를 통한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노정관계와 춘투 = 발전해고자 복직문제, 고소 고발 처리, 손배소송등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정부가 사사건건 부딪치는 긴장 관계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사용자측은 최소한 이미 해임이 확정된 342명에 대해서는 징계 철회 등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으며 조기에 복귀한 노조원과 미복귀 조합원에 대한 처리에차별을 둘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산하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임단협 투쟁'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임단협 투쟁의 경우 일선 단위노조의 이해가 얽혀있고 합법적인 투쟁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번 총파업 철회로 야기된 투쟁 동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민주노총은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일선 사업장의 임단협 투쟁을 최대한 지원하고 가능한한 특정 시기를 집중해 대정부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은 이미 월드컵 직전인 5월 중순으로 시기집중 임단협 투쟁을 전개키로 결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월드컵과 춘투가 맞물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외견상 임단협 투쟁의 목소리가 커질지는 몰라도 한 번 떨어진 투쟁 동력을 다시 조직해 전국적인 규모의 파업이나 총력 투쟁까지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상급단체를 믿고 38일간의 `가열찬' 투쟁을 벌였던 발전노조원들에게 무더기 해고와 사법처리라는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산하 연맹이나 단위 노조에 대한 지도력 약화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사용자측은 이번 발전파업을 계기로 과거와는 달리 `법과 원칙에 바탕을 둔다'는 명분 아래 지난 2월 26일 민주노총 총파업 등에서 나타났던 불법행위를 하나씩 짚고 넘어가는 수순을 밟으면서 노조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민주노총이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며 "강온 노선갈등은 물론 산하 조직의 불만을 추스르고 투쟁동력을 이끌어내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이성한기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