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우파적정책으로 당내 좌파의 당권도전위협 등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들을 향해 "이사람 믿어주세요"를 외치며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노동당내 좌파 의원들은 미국의 對이라크 군사행동 지원의사 표시, 민간기업 참여를 통한 공공서비스 개혁 추진, 대통령식 통치스타일 등 블레어 총리의 정책노선에 대한 반발로 이른바 '허수아비 입후보자'를 내세워 블레어 총리의 당권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수아비 입후보자'는 현재 야당인 보수당이 선례를 남긴 것으로 마거릿 대처전 총리 말기인 지난 89년 당내 반대파들이 대처 전 총리에게 상대가 되지 못하는후보를 당수 경선에 내세워 참패했지만 대처 전 총리의 지지기반 상실을 대내외에천명하는 결과를 초래, 결국 다음해 대처 전 총리의 실각을 불러온 바 있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 26일 열린 노동당의 의사결정기구 전국집행위원회(NEC)에서당초 간단한 개회사 정도로 예정했던 일정을 바꿔 1시간 이상 머물면서 본격적인 연설까지 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당은 정부를 믿어야 하며 여러분은 공공서비스문제와 관련해 우리를 믿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패배할 것이며 유일한 승자는보수당이 될 것이다"고 역설하고 "나를 믿어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는 당초 공공서비스 개혁에 민간의 참여를 반대하는 동의안이 상정됐으나 블레어측 의원들의 반대로 토론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날 동의안을 지지했던 노조측은 "총리는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공연을 관리하듯 나라를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총리는 모든 주위사람들이 총리가 좋은 것을 내놓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따뜻한 말과 미소로 대해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진정한 우려가 일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노동당 정부의 각료를 역임한 피터 킬포일 의원까지 나서서 블레어 총리에게당내 평의원들을 적으로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매우 매우 험난한 길을 가고 있으며 평의원들을 적으로 만들기보다는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존 맥도널 노동당 사회주의운동그룹 의장은 당 지도부가 對이라크 전쟁 및 공공서비스 개혁문제를 놓고 평의원들로부터 떨어져 나가고 있다며 블레어 총리가 이에대한 당내 대토론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당은 전쟁보다는 평화를 원하고 민영화보다는 공공서비스를 중요하게생각해온 정당이라며 노동당이 집권한 것은 보수당의 정책에 반대했기 때문인데 현재 노동당 정부는 과거 보수당의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도널 의원은 노동당 정부가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보수당이 정권을 잃어버린것처럼 정권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집권초부터 지난해까지 문화부장관을 지낸 크리스 스미스 의원도 이브닝 스탠더드지 기고를 통해 블레어 총리에게 보건, 교통 등 주요 공공서비스의 개선을 가속하고 비판을 받아들이며 정부를 집중시키라고 촉구, 블레어 총리의 지도력에 대한불만이 당 고위급에까지 확산됐음을 보여줬다. 존 프레스콧 부총리는 對이라크 전쟁과 공공서비스 개혁 등 주요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을 놓고 당내 평의원들간에 우려가 고조되고 있음을 시인하면서도 블레어 총리에 대한 당권도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 최근의 사태가 블레어 총리의 당권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블레어 총리는 그의 가장 측근이면서 최고위 노조지도자로 그동안 정부에 대한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는데 큰 역할을 해온 노총(TUC) 사무총장 존 몽크스가27일 사임의사를 밝힘으로써 앞으로 노조 등 당내 좌파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것으로 예상된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