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토요일인 데도 전국에서 모인 1백60명의 변호사들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변호사연수원이 변호사 재교육을 위해 마련한 '전문분야 특별연수'의 16번째 과정인 '지식재산권'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것이다. 연수실무를 맡고 있는 변협의 황승환씨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3백20명의 신청자가 몰려 부득이 1백60명씩 2개 반을 편성해야 했다"고 말했다. '변호사 자격증만으론 안된다. 전문분야를 확보하라' 변호사들이 전문지식과 영역을 갖기 위한 공부에 고시공부 못지 않은 열정을 쏟고 있다. 금융.증권 전문변호사가 되기 위해 재무분석사(CFA)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라는 삼성증권의 이학기 사내변호사는 "모든 분야를 건드리는 '제너럴리스트' 스타일의 변호사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전공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성 확보'가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변협이 주최하는 특별연수에 참여하는 변호사 수도 지난 97년 45명에서 작년 2백92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교육과정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지식재산권 조세 회사정리 금융 의료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일반 대학이 마련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에도 수많은 변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일 입학식을 치른 서울대학교 공정거래 분야 연구과정에는 전체 정원(71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4명의 변호사가 등록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더 많은 변호사들이 참여를 희망했지만 정원이 넘쳐 일부는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개인 변호사들과 비교해 전문화하기에 유리한 중.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도 결코 '만만디'는 아니다. 변호사별로 금융 조세 공정거래 등으로 세분화된 팀에 배속돼 해당분야 사건을 맡는 등 집중적으로 파고들지만 급변하는 시장 흐름을 짚어내기에 '업무'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부시간을 따로 내기 힘들 정도로 바쁜 로펌 변호사들이 주로 활용하는 방법은 '브라운백 미팅(brown-bag meeting)'. 식사 시간을 이용해 내.외부 전문가를 초청, 갈색 봉투에 담은 햄버거 김밥 등을 꺼내 먹으며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법무법인 우방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서기관급 공무원을 초청, '시장을 알아야 공정거래 사건에서 이길 수 있다'라는 주제의 브라운백 미팅을 가졌다. 최승순 변호사는 "법률적 측면이 아닌 경제학적 시각에서 공정거래법에 접근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KCL은 일주일에 1∼2회씩 은행 증권사 대기업 등의 임직원을 초빙해 1시간 가량 금융 및 기업법무의 실무 처리과정을 듣는다. 변호사 연수원장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가재환 변호사는 "전문성으로 무장하지 않은 변호사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변호사들이 각자의 전문분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재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열.오상헌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