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파크가 지방경제의 새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테크노파크란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차세대 특화산업단지를 지방특성에 맞게 곳곳에 육성하는 전략프로젝트. 지난 1997년말 산업자원부 주도로 추진됐으나 외환위기로 지지부진하다 벤처붐에 이어 경기가 호전되고 있는 요즈음 새삼 각광받고 있다. 자기지방의 미래가 걸린 테크노파크에 열정을 쏟는 일꾼을 소개한다. -----------------------------------------------------------------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보입니다" 포항테크노파크의 이명섭 사업단장이 직원들에게 습관처럼 하는 말이다. 이순(耳順)을 앞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 단장은 테크노파크 수장답게 혁신적 사고와 열정으로 뭉쳐진 사람이다. 지난 30여년간 포스코(옛 포항제철)와 포스코건설(옛 포스코개발)을 거친 '철강맨' '건설통'이었던 그는 지난 2000년 초 테크노파크 사업단장 제안을 받았을 때 무척 망설였다고 한다. e메일도 검색하지 못하는 자신이 첨단산업의 심장부인 테크노파크를 이끌 수 있을지 도무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 그러나 곧 마음을 고쳐 먹었다. '포철 신화'를 포항테크노파크에서 재현시켜 보겠다고 다짐한 것. 취임 직후부터 당장 인터넷 공부에 매달렸다.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려다 미숙한 솜씨로 인해 컴퓨터를 다운시킨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면서까지 '보충수업'을 받았다. 직장운영도 첨단으로 바꿨다. 정례 회의는 1주일에 딱 한번. 회의가 잦으면 직원들이 현장에서 일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게 이 단장의 지론이다. 대신 꼭 필요할 경우엔 단장이 직접 직원들의 작업현장을 찾아가 회의를 한다. 직원들과 어울려 노래방에서 테크노 음악을 즐기기도 한다. 첨단감각을 살리기 위해서다. 이첨 소프트한 이 단장이지만 테크노파크 건설 현장에서는 엄격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하루에도 두세번씩 공사 현장을 찾아 배수구 밑바닥까지 꼼꼼히 점검한다. 점검을 정례화하기 위해 아침 산책코스를 숙소에서 테크노파크 공사 현장까지로 잡아 놓았다. 단순히 격력하는 차원의 시찰이 아니라 철근 숫자와 콘크리트 배합비율까지 세세하게 짚기 때문에 현장의 일용직원까지도 바짝 긴장한다. 이 단장은 "포항지역 기업들의 출연금과 시민들의 혈세가 투입된 포항테크노파크가 부실하게 시공되면 21세기 포항의 역사는 거꾸로 가게 될 것"이라며 "단 10원이라도 헛되이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