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이상 시민들이 대치동을 찾는 이유는 자녀 교육 문제일 것입니다.그런데 대치동에서 벗어날수 없는 존재는 대모산과 양재천이지요"(강남구 대치동의 한 주민) 불과 6~7년전만해도 환경오염으로 흉물처럼 방치돼 있던 서울의 양재천. 그러나 이 곳은 이제 서울의 최고급 주거지인 강남구 대치동 일대의 "백미"로 꼽히고 있다. 하천이 살아나고 각종 동.식물이 서식하면서 양재천은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 한복판에서 "21세기 최고의 경쟁상품"인 환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것도 물론이다. 양재천은 경기도 과천시 관악산 부근에서 시작해 강남권을 가로지르는 18.5km의 한강 지류를 말한다. 이중 강변 공원으로 조성돼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지역은 영동2교에서 탄천 합류지점까지 5km 구간이다. 군데군데 자연생태학습장이 마련돼 있어 아이들과 가족단위 나들이객에게 인기가 높다. 화창한 날에는 초등학생들이 징검다리에 걸터앉아 스케치북을 들고 주변의 모습을 그리는 정겨운 모습도 쉽게 찾아볼수 있다. 이중에서도 2년전 양재천과 탄천의 합류지점에 조성된 1만2천여평 규모의 학여울생태공원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양재천의 명소. 이곳에선 붕어와 버들치 등 각종 물고기와 물을 맑게하는 노랑꽃창포 등 토종 수생식물 14종 6만3천여포기를 감상할 수 있다. 길이 3백10m의 버드나무 숲길을 걷는 것도 운치가 느껴진다. 철에 따라 백로나 흰뺨검둥오리 등 다른 한강 지류에서는 보기 힘든 조류 36종을 관찰할 수 있다. 매년 11월께는 시베리아에서 수천km 이상의 거리를 날아온 겨울철새가 둥지를 튼다. 하천에서는 버들치 쏘가리 참붕어 등 어류 22종이 서식한다. 최근에는 이 근처에서 천연기념물 3백23호인 황조롱이와 3백24호인 수리부엉이가 발견된데 이어 너구리 가족 4마리와 참개구리도 발견돼 공원 관계자들을 들뜨게 했다. 양재천의 또 다른 매력은 천변에 깔끔하게 조성된 7.4km 구간의 자전거 도로.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까지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며 땀을 흘리는 주민들이 끊이지 않는다. 밤에 제방 너머로 펼쳐지는 도시의 불빛을 즐기다보면 외국 도시에 온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처럼 양재천이 되살아난 것은 지난 95년 주민들의 "양재천 살리기 운동" 덕택이다. 콘크리트 제방을 허문뒤 그 자리에 습지식물을 심고 강바닥에 자갈을 깔아 수질을 정화하는 장치를 만들면서 양재천의 수질은 5급수에서 2~3급수로 향상됐다. 하천의 오염물질이 강바닥의 자갈과 부딪혀 가라앉게 되고 자갈 표면에 있는 미생물들이 이를 빨아들여 분해하는 친환경적인 기법을 도입했다. 하천 복원에서도 최대한 자연상태에 가깝게 되살리는 "자연형 하천공법"이 적용됐다. 양재천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 감사원장회의에서 대도시 하천의 생태계 복원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