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후임총재에 박승(朴昇)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이자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이 19일 내정됐다. 박 명예교수(66)는 다음달 1일 25대 한은 총재로 취임해 오는 2005년 3월까지 4년간 임기를 맡게 된다. 박 한은 총재 내정자는 한은 출신인데다 오랜 학계와 관계의 경력으로 통화정책에서 정부와의 협력이 한결 원활해질 것이라는 점 때문에 경합자였던 유시열 은행연합회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노조 등 내부에서도 박승씨에 대해 무난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박 총재 내정자는 관계와 학계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전북 김제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뉴욕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61년 한국은행에 입행, 76년까지 15년간 근무했으며 이어중앙대학교로 옮겨 86년까지 교직에 몸담았다. 학계에서는 경제발전론 분야의 탁월한 이론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저서로는 경제발전론, 한국경제정책론, 한국경제성장론 등이 있다. 그는 지난 86년 금융통화위원을 지냈고 88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에 이어 같은해 건설부 장관을 맡아 당시 200만가구 주택건설사업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5개 신도시 건설에서 분당.평촌.중동.산본 이외 한강 이북에도 신도시가 필요하다고 주장, 일산 신도시가 포함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후 분양가 자율화 발언으로 주택가격 폭등을 유발한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후 주택공사 이사장, 교통개발원 이사장, 한국경제학회장을 거쳐 작년부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다. 공적자금 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관련 부처와의 원만한 협조로 잡음없이 업무를 처리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지난 88년 건설부장관 재직 당시 국회 국정감사 질의에 대해 직접 메모한 내용으로 즉석에서 답변할 정도로 매사를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며 업무 추진력도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박 총재내정자가 거시경제에 조예가 깊고 학계와 관계를 두루 거쳐 통화정책을 시의적절하고 탄력적으로 운용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정부에 대한 이해도 깊어 과열논쟁이 일고 있는 경기순환국면에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러나 박 총재내정자가 정부와 조화로운 정책선택을 할 수있다는 것은 중요한 장점이지만 물가를 지키는 한은 수장으로서 소신을 지키지 못한채 정부 기대에 일방적으로 끌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직원들이 소원하는 한은독립성 제고라는 소명에 부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tsyang@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