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사흘 내리 상승하며 1,320원대로 올라섰다. 1,320원대로 마감하기는 8거래일만에 처음. 달러/엔 환율이 129엔대로 상승한 것을 개장초에 반영한 뒤 레벨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고 상승분위기를 지속시켰다. 물량 공급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 환율 상승을 도운 셈.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10원 오른 1,320.6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1,323.80원에 마감된 이래 가장 높은 수준. 개장초 달러/엔 환율의 상승과 주식순매도에 따른 역송금수요 등으로 1,322원까지 올라섰던 환율은 레벨 부담감, 네고물량 등으로 1,318.80원까지 흘러내린 뒤 중간 범위에서 주로 거래됐다. 장중 수급은 어느 한쪽으로 특별하게 몰린 감 없이 결제수요와 네고물량이 공방을 벌였다. 역외세력도 개장초 매도세에서 장중 매수세를 보이기도 하는 등 혼재된 양상을 보였다. 시장에 뚜렷하게 드러난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위아래 막힌 양상이 뚜렷하다. 공급우위로 바뀌지 않는 한 아래쪽은 단단하게 지지되고 있지만 위로도 경계감이 강하다. 외국인 주식순매도 등으로 추가 상승 여력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 박스권 지속될 듯 =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고점 매도가 간간히 있었으나 역송금수요, 결제 등이 계속 있었다"며 "공급우위로 가야 꺾일 수 있다는 확인이 설텐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위쪽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 달러/엔이 좀 더 오르면 공급이 많지 않음을 감안해 추가 상승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당장 1,325원까지는 힘들겠지만 내일은 1,319∼1,323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엔을 개장가에 반영한 뒤 장중에는 수급에 따르고 있다"며 "수급은 균형을 보인 것 같고 과감한 달러매도(숏)이나 달러매수(롱)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레인지 거래가 굳어지고 있는 양상이며 공격적 매도물량도 없고 주저앉을 분위기도 아니다"며 "내일은 달러/엔이 130엔에 가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1,318∼1,322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 달러/엔 상승 반영 = 달러/엔 환율은 이날 129엔대로 진입했으나 상승세는 강하지 않았다. 전날 뉴욕에서 128.90엔을 기록한 달러/엔은 이날 일본 정부관계자의 엔 약세 유도 발언으로 상승세를 강화, 한때 129.45엔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추가 상승이 제한된 달러/엔은 오후 4시 46분 현재 129.26엔을 기록중이다. 미조구치 젬베이 일본 재무성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환율 급등락은 적절치 못하다"며 "외환시장이 안정되는 것이 중요하며 정부는 시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사흘째 구두개입을 단행, 엔 약세를 유도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엿새째 주식순매도를 이어 1,016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한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193억원의 매수우위를 유지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2원 높은 1,320.50원에 개장한 환율은 개장직후 이날 고점인 1,322원까지 올라선 뒤 한동안 1,321원선에서 거래를 체결했다. 그러나 레벨 부담감과 차익매물의 증가로 환율은 10시 40분경 1,319.80원까지 반락한 뒤 한동안 1,320원선에서 옆걸음했다. 이후 11시 37분경 1,319.50원까지 미끄러진 환율은 1,319원선을 거닐다가 1,319.5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50원 높은 1,32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1,320.20원까지 오른 뒤 되밀려 1시 35분경 1,310원대로 복귀했다. 은행권의 달러되팔기(롱스탑)으로 1시 44분경 1,318.80원까지 저점을 낮춘 환율은 한동안 1,319원선에서 옆걸음질하다가 달러되사기(숏커버) 등으로 환율은 3시 7분경 1,320.90원까지 반등하기도 했다. 이후 환율은 1,319원선을 한동안 거닐다가 4시 8분경 1,321.20원까지 재반등한 뒤 주로 1,320원선을 거닐었다. 장중 고점은 1,322원, 저점은 1,318.80원으로 하루변동폭은 3.20원이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0억6,14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1,09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2,000만달러, 5억230만달러가 거래됐다. 14일 기준환율은 1,320.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