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용카드업계의 최대 화두는 회원모집이다. 지난 2월부터 경찰이 무기한 길거리모집 단속에 나선 이후 신규회원 모집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길거리모집이 효과적인 모집방법의 하나였던 만큼 카드사들이 받은 타격은 작지 않다. 하지만 카드업계가 정작 우려하는 것은 당장의 회원모집 차질에 따른 영업 손실보다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의 카드사 회원모집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이다. 카드사의 일부 모집인들이 신규 가입자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신용조회 등을 소홀히하고, 그에 따라 미성년 등 신용취약자들에게 카드를 발급해줘 결과적으로 그 중 일부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부작용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같은 일부 부작용을 들어 길거리 모집 자체를 '신용불량자 양산 행위'로 매도해 근절시키는 것은 인과관계를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통계로 분석해 봐도 길거리모집이 카드사와 다른 기관간 제휴를 통한 신규 가입자 유치나 임직원을 통한 유치, 인터넷 유치 등 다른 방법을 통한 모집보다 부실 등 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것. 모집방법에 대한 일률적이고 피상적인 규제보다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신용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감독당국의 할 일이라는 지적이다. ◇ 길거리모집의 역사 =길거리모집은 신용카드 회원모집 역사의 산물이다. 카드사들이 처한 경영환경과 영업인프라를 최대한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 초창기 회원모집 방식은 은행계냐 전문(기업)계냐에 따라 달랐다. 은행계는 전국적인 지점망을 통한 수신기능을 1백% 활용했다. 가만히 있어도 은행 창구를 찾아오는 고객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또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았던 은행직원을 통한 회원 유치도 큰 몫을 차지했다. 한마디로 찾아오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 것이다. 이에 비해 은행창구를 이용할 수 없는 기업계 카드사들은 임직원 유치와 회원유치 조직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살아갔다. 태생적으로 고객을 찾아가는 유치방법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다. 영업직원들이 회사와 가정을 찾아가는 이른바 '빌딩타기'와 '가가호호' 전법에 치중했던 건 이런 까닭에서였다. 그러나 빌딩 보안과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사회환경 변화에 따라 빌딩타기와 자택방문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졌다. 그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지하철역 백화점 빌딩밀집지역에 가두판매대를 설치하는 영업기법이었다. ◇ 길거리모집 금지에 대한 항변 =카드사들은 길거리모집의 일부 문제를 들어 전면 금지시키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회원유치를 영업점에 한정할 경우 은행계 카드사에 비해 절대 열세인 기업계 카드사들이 상대적으로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핸드폰 등 통신판매업계와 보험.학습지업계 등에는 보편적으로 허용되는 가두판매방식을 카드업계에만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 무엇이 문제인가 =카드회사들이 회원을 유치하는 방법은 길거리모집 외에 제휴유치 임직원유치 인터넷유치 등이 있다. 한 카드사의 통계에 따르면 제휴유치를 통해 회원이 된 카드의 이용률과 연체율은 각각 72%와 1.8%로 나타났다. 임직원유치는 83%와 1.2%, 인터넷유치는 75%와 2.1%, 가두유치는 81%와 1.4%로 각각 분석됐다. 결국 가두유치가 임직원유치에만 뒤질 뿐 우수한 이용실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80% 이상을 길거리모집에 의존하는 기업계 카드사들이 창구에 의존하는 은행계 카드사보다 개인신용불량자 비율이 낮게 나타나는 것도 길거리모집에 아무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기업계 카드사들은 지적한다. 기업계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길거리모집을 한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해주는 것은 아니다"며 "가두모집에서 들어온 신청서중 40% 정도는 철저한 신용심사를 통해 걸러내 왔다"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 특별취재팀 =이학영 금융팀장, 고기완 허원순 백광엽 정한영 박수진 박해영 김인식 최철규 송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