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마이크론과의 협상을 위해 출국함으로써 매각협상이 다시 본격 재개됐다. 하이닉스와 채권단측은 여전히 협상타결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전망에 대해 '중립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이 내놓은 수정제안에 대해 마이크론측이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확인된 만큼 양측은 일단 협상타결에 무게를 두고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D램 가격이 계속 오르고 영업수지도 흑자로 전환돼 하이닉스의 입지는 더욱 강화됐다.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충분히 독자생존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협상이 우선=독자생존론이 그동안 흘러나왔지만 채권단과 정부는 여전히 하이닉스의 메모리부문매각에 우선순위를 둬왔다.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독자생존은 부담이 있다"며 "매각을 기대하고 있고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생존도 가능하지만 미래의 불안요인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올해와 내년에 4조2천억원,2004년에 2조5천억원 등 막대한 향후 설비자금 조달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길 경우 추가적인 부담을 질 수 없다는 것. 채권단은 이미 수정제안을 내놓으면서 당초의 강경한 입장을 많이 누그러뜨렸다. 주식가격산정기준과 비메모리부문 투자 등 2가지 문제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자금지원에는 탄력적인 입장이다. 마이크론도 협상을 깨려는 제스처를 보여왔지만 하이닉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특히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하이닉스를 꼭 잡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양측의 견해차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마이크론은 인피니언이라는 인수경쟁자가 사라지자 오히려 가격을 깎겠다는 태도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헐값매각론과 잔존법인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우선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는 게 박 사장의 임무다. ◇독자생존 가능성은=협상타결을 낙관할 수 없는 만큼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D램 가격이 급등해 실제 독자생존이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박상호 하이닉스 사업총괄사장은 6일 올해 D램은 1백28메가 기준 평균 5.6달러에 달해 현금흐름은 물론 향후 설비투자자금 조달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업무계획상 3.2달러의 가격으로도 순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 만일 D램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에도 경쟁업체가 먼저 쓰러질 것이라며 원가절감 등에 노력하면 경쟁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독자생존이 충분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박 사장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버퍼(완충)'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1백% 장담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긴 했지만 독자생존론은 협상결렬에 대비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남아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