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로 행정자치부가 소방복을 불에 잘 견디는 방화복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한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차세대 방화복 도입사업은 지지부진하다. 행자부가 특정업체 봐주기라는 업체들의 항의에 시달리면서 규격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경 2월 6일자 38면 참조 일선 소방서는 지난해 새 방화복을 구입하기위해 이미 예산을 책정해 놓았다. 그런데 이달중 소방대원이 새로 채용되고 6월부터 의무소방대원이 배치되는데도 정작 방화복은 공급될 기미조차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성능 검정기준 논란=행자부와 방화복납품 희망업체간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원단의 성능검증 기준이다. 행자부는 ISO(국제표준화기구) EN(유럽형)이나 미국 NFPA(전미방화협회)규격중 하나만 통과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에이블코리아 정민통상 제아교역 상지물산 한국도날드슨 파소나기 등 6개사들은 ISO EN과 NFPA 규격을 동시에 통과하거나 ISO EN규격에 합격한 업체에게 입찰 참여권을 줘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ISO EN은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모든 국가들은 물론 일본까지도 채택하고 있는 소방복 성능에 대한 가장 엄격한 검증방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수요자가 "관대한" 기준을 제시하는데 반해 공급업체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라고 요청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량 제한 규정도 문제=소방복은 겉감과 안감,중간층으로 구성된다. 가벼우면서도 성능이 우수해야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행자부는 겉감 2백40g 이상,중간층 2백g 이상 등을 고집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같은 성능이라면 더 가벼운 원단을 사용하는게 원칙 아닌가"라며 "이 기준을 만족하는 원단은 전 세계에 딱 하나뿐이며 기존 유사제품보다도 40% 비싸다"고 주장했다. B사 관계자는 "이 원단을 이미 다량으로 확보한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특정 업체를 봐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6개사 대표들은 정당한 규격으로 시정되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연세대학교 의류과학연구소 유신정 전문연구원은 "최종 소비자인 소방대원들이 안심하고 입을수 있도록 방화복은 최고의 제품으로 제작되어야한다"며 "누구나 납득할수 있게끔 성능시험방법 등이 공개적으로 결정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