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로 행정자치부가 소방복을 불에 잘 견디는 방화복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한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차세대 방화복 도입사업은 지지부진하다. 행자부가 특정업체 봐주기라는 업체들의 항의에 시달리면서 규격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늦어도 월드컵이전에 지급하겠다던 당초 목표 달성은 어렵게 됐다. *한경 2월 6일자 38면 참조 ◇불만 고조=일선 소방서는 새 방화복을 구입하기 위해 지난해 이미 예산을 책정해 놓았다. 이달중 소방대원이 새로 채용되고 6월부터 의무소방대원이 배치되는 데도 정작 방화복은 공급될 기미조차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방소방서의 물품 담당자는 1일 "규격 제정이 늦어지면서 하루 빨리 국제적 수준의 안전한 옷을 입고 싶은 소방대원들의 바람은 무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능 검정기준 논란=행자부와 방화복납품 희망업체간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원단의 성능검증 기준이다. 행자부는 ISO(국제표준화기구) EN(유럽형) 또는 미국 NFPA(전미방화협회) 규격을 통과한 뒤 소방검정공사의 소방검정(FI)인증에 합격한 업체에 입찰자격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에이블코리아 정민통상 제아교역 상지물산 한국도날드슨 파소나기 등 6개사들은 ISO EN 검증을 거친 원단에 한해 FI 도전 자격을 주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ISO EN은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모든 국가들은 물론 일본까지도 채택하고 있는 소방복 성능에 대한 가장 엄격한 검증방법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NFPA는 FI규격과 내용이 흡사한 데다 기존 공급업체를 제외하고는 미국식 규격을 요구한 업체도 없다고 한다. ◇중량 제한 규정도 문제=소방복은 겉감과 안감,중간층으로 구성된다. 가벼우면서도 성능이 우수해야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행자부는 겉감 2백40g 이상,중간층 2백g 이상 등을 고집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같은 성능이라면 더 가벼운 원단을 사용하는 게 원칙 아닌가"라며 "행자부 기준을 만족하는 원단은 전 세계에 딱 하나뿐이며 기존 유사제품보다도 40% 비싸다"고 주장했다. B사 관계자는 "이 원단을 이미 다량으로 확보한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특정 업체를 봐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6개사 대표들은 정당한 규격으로 시정되지 않을 경우 가처분신청을 낸 뒤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연세대학교 의류과학연구소 유신정 전문연구원(공학박사)은 "소방대원들이 안심하고 입을수 있도록 방화복은 최고의 제품으로 제작되어야 한다"며 "누구나 납득할수 있게 끔 성능시험방법 등이 공개적으로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