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잇단 "게이트"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집권 노동당에 정치헌금을 한 사업가의 루마니아 국영 제철소 인수를 돕기위해 루마니아 총리에게 편지를 쓴데서 비롯된 이른바 "스틸게이트"로 곤욕을 치른 바 있는 그가 이번에는 소위 "스핀게이트" 때문에 27일 하원 주례 질의응답에서 야당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스핀게이트"는 노동당 내에서 뛰어난 말솜씨 때문에 장래 총리감으로 지목돼온 스티븐 바이어스 교통장관이 홍보담당 보좌관들간의 불화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불화의 주역인 조 무어 홍보담당 보좌관과 직업공무원인 마틴 식스미스 홍보실장을 모두 해임한 것이 발단. 식스미스 실장은 최근 자신은 사직서를 제출한 바 없다며 바이어스 장관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 파문을 일으켰다. 야당은 스핀게이트 파문이 확산되자 바이어스 장관의 사임을 거세게 요구하면서정부여당에 대한 정치공세를 강화했다. "스틸게이트"를 "쓰레기게이트"라고 반박했던 블레어 총리는 지난 26일 저녁바이어스 장관을 총리관저로 불러 회담한 뒤 그를 유임시킴으로써 이날 하원 질의응답에서 야당의 공격표적이 된 것. 질의에 나선 보수당의 이언 던컨 스미스 당수는 바이어스 장관이 이른바 스핀게이트에서 자신이 한 역할에 대해 국민을 오도하는 답변을 한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 지 불과 수 분 만에 블레어 총리가 "붉은색 양탄자를 깔아줬다"고 공격했다. 바이어스 장관을 옆자리에 앉힌 채 답변에 나선 블레어 총리는 진짜 문제는 보수당 정권의 실패작인 철도 민영화를 어떻게 바로잡느냐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러나 보수당과 제2야당인 자유민주당 의원들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오도하는인상을 주는 답변을 했음을 인정한 바이어스 장관을 유임시킨 데 대해 격노했다. 블레어 총리는 자신의 각료들에게 최고수준의 예의범절을 기대한다고 주장했으나 던컨 스미스 당수는 "어제 교통부 장관은 바로 이 하원에 나와 자신이 국민에게기본적으로 허위사실을 말했다고 시인했다"고 말하는 등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던컨 스미스 당수는 블레어 총리가 집권하기전에 "내가 이끄는 정부에서 각료들이 거짓말을 하면 사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왜 교통부장관이 아직도 총리 옆자리에 앉아서 그 직위를 지키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블레어 총리는 바이어스 장관과 교통부가 이제는 실제로 국민에게 관련되는 문제를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던컨 스미스 당수는 블레어 총리가 자신의약속을 분명하게 지키지 않는다며 철도 승객들까지도 바이어스 장관의 해임을 탄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블레어 총리는 정부가 나라 경제와 생활수준과 교통문제 등에 골몰하고 있는데 보수당과 일부 언론은 "스캔들과 가십"을 쫓고 있다고 비난했다. 제2야당 자유민주당의 찰스 케네디 당수도 블레어 총리에게 바이어스 장관을 유임시킨 이유를 국민에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케네디 당수는 앞서 바이어스 장관과 리처드 모트램 사무차관이 사임하지 않으면 영국의 철도와 도로 개선노력은 좌절에 빠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