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江후계 행보' 본격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중(訪中)을 계기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부주석이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이후 중국을 이끌 차세대 지도자로서의 외교적인 행보에 본격 나섰다.

후 부주석은 22일 오전 중국 방문 중인 부시 대통령을 안내해 칭화대(淸華大) 본관 앞 건물에 마련된 연설장에 함께 입장,약 10분간 미·중관계 전반에 대해 연설했다.

'베일속의 차기 지도자'로 알려진 그가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TV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그는 딕 체니 미 부통령의 초청으로 오는 4월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영국 등 유럽 5개국을 순방하면서 외교무대에 정식데뷔한 그는 세계 최대 군사 및 경제대국 미국과도 본격적인 교류를 트게 됐다는 점에서 장쩌민(江澤民) 주석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굳혔다는 분석이다.

후 부주석은 이미 비공식 실무팀을 구성,미·중 관계개선 전략을 짜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전 주중 미국 대사들과 회동하기도 했다.

미·중 외교는 장 주석이 직접 챙겨온 분야다.

미국을 비롯 전세계가 그의 행보에 관심을 두는 것은 내년부터 최고 15년까지 13억 인구의 중국을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그의 나이는 60세로 전임자의 연령(장쩌민 76세)을 감안할 때 그렇다는 얘기다.

후 부주석은 장 주석의 뒤를 이어 오는 9월 당 총서기,내년초엔 국가주석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후 부주석은 공산당내 특정분파에 속하지 않은 덕에 초고속 승진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22일 오후 만리장성 관광을 끝으로 일본 한국 중국 등 동북아 3국 순방 일정을 끝냈다.

부시 대통령은 이들 3국으로부터 대테러전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중국의 무기확산과 인권 종교 등 국가별 현안에 따라서는 이견차를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잇단 대북발언은 의문점을 더 남겨 그의 의도를 분명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