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위기가 제게는 기회가 됐습니다" 지난 18일 대구지방법원 예비판사 임명장을 받은 권재칠씨(38)는 위기를 기회로 살려 자신의 꿈을 이뤘다. 권 판사는 연수원 동료들보다 나이가 다소 든 편이다. 10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사법고시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86년 중앙대 법대를 졸업하고 군에 다녀온 그는 88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입사,기업상장·불공정거래조사 관련 부서 등을 거쳐 공보과장으로 98년 4월 회사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가 사법고시에 도전하게 된 건 지난 97년 발생한 외환위기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감원바람에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본 권 판사는 98년 4월 자발적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아내가 말리더군요.저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많이 갈등했습니다.하지만 감원태풍을 보고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지금이야말로 내 꿈에 도전할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 판사는 법대를 졸업한 사람이 법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직장생활 내내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는 것. 지난 86년 사법고시 1차 시험에 합격하고 방위병 근무에 쫓겨 2차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것도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명퇴금으로 버티며 3년만 고생하자는 막연한 생각으로 고시원 문을 두드렸습니다" 권 판사는 직장생활 10년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밤낮으로 책과 씨름,불과 1년만인 지난 99년 최종 합격,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연수원 공부가 사법고시 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저보다 젊은 사람들과 경쟁하려니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더군요.그래서 얼굴이 이렇게 삭았습니다.하하하" 권 판사는 7백여명의 연수원 동기생들중 1백여명만이 선택될 수 있는 판사 보직을 받았다. 연수원에서는 주로 증권관련 강의나 학회 활동에 집중했다. 회사원에서 법조인으로 새롭게 태어난 권 판사는 "10여년간 증권거래소에서 쌓은 실무 경험을 살려 기업이나 증권관련 분야에 정통한 법조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