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평준화지역 고교배정 백지화 사태가 16일재배정 결과 발표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경기도교육청의 실추된 신뢰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조성윤 교육감이 처남의 인사비리로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퇴진압력을 받아오다 겨우 잠잠해진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경기교육청이 입게 될 상처가그만큼 더 깊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재배정 결과 발표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책임을 통감한다" "머리숙여 깊이 사과한다"는 말을 거듭하며 송구함을 표시했다. 참모들과의 사전협의 없이 이번 사태를 일으킨 책임을 물어 교육국장과 중등교육과장을 전격 직위해제한 것도 성난 학부모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볼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는 "민선 교육감으로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도리"라며 사퇴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재배정으로 불이익을 당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증폭되고 있고 이번 사태가 단순한 프로그램상 오류가 아닌 인위적인 조작으로 일어났다는 근거없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져가고 있다. 교육사상 초유의 사태란 점을 들어 어떤 식으로든 교육감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목소리까지 터져나와 경기교육청이 지금의 지휘체제로는 이런 부담을 덜어내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재배정 자료를 모두 공개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학교배정이 이뤄졌음을 학부모들에게 이해시키고 사과문 배포를 통해 불만을 가라앉히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재배정 결과 발표 직후 도교육청에 학부모들이 몰려들었고 각 학교에서는 배정통지서를 받아든 학생과 학부모들의 탄식과 불만의 소리가 이어졌다. 이른바 '기피 학교'에 배정된 학생의 부모들 가운데 일부는 등록거부와 배정무효 소송제기 움직임을 보이기까지 하고 있다. 최소한 2개월간 인근 중학교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받게 될 부천 덕산고로 배정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은 유능한 교사진 배치와 통학버스 지원 등의 약속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재배정 결과를 분석한 수치가 말해주듯 4만6천503명의 배정대상 학생 가운데 재배정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된 학생은 4.7%인 2천167명으로 소수지만 이들이 갖는 불만은 한차례의 번복으로 인해 더욱 커졌다. 경기교육청은 당초 배정에서 오류가 없었어도 생겼을 일부의 불만을 증폭시킨 책임을 그대로 감당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수원=연합뉴스) 박기성기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