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세무조사에 이어 정부가 대대적인 중개업소 단속에 나서자 일선 중개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가뜩이나 세무조사 한파로 거래가 실종돼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건교부의 단속반까지 나오자 아예 사무실 문을 닫고 자리를 비우는 숨바꼭질이 또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 단속반이 단속에 나선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은 8일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리에서 단지 주변 13개 중개업소가 일제히 셔터를 내리고 영업을 중단했으며 대치동과 개포동 일부업소도 문을 닫았다. 일부업소는 사무실 문을 바깥에서 잠그고 안에서 전화로 상담을 벌이는가 하면 여직원만 남겨둔채 사장이 자리를 비우고 휴대폰으로 영업을 계속하는 진풍경이 생겨나고 있다. 이 지역 한 중개업자는 "오늘 아침에서야 단속반이 뜬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지난달에는 세무조사반 때문에 열흘 가량 영업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단속반이 뜬다니 도대체 영업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강남구 외에 서초, 분당, 일산 등 중개업소 단속반이 순회하는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분당 지역의 한 중개업자는 "오후부터 단속반이 뜬다는 소문을 듣고 이 지역 700여개 중개업소들이 거의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며 "집값 상승으로 거래가 끊겨 가뜩이나 영업이 안되고 있는데 단속반까지 가세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중개업자는 또 "요즘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마치 죄인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억울하다"면서 "일부 중개업소나 떴다방의 잘못된 관행도 문제지만 중개업소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도 옳지 못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초구의 한 중개업자도 "걸핏하면 중개업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아부치는 등 마치 동네북처럼 여기는 것 같다"면서 "집값은 오히려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잘못된 수급정책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중개업협회는 회원사들의 이러한 불만을 의식한 탓인지 "건교부에서 중개업소 순시와 관련한 협조요청이 오긴 했지만 이는 현장시찰 수준이지 불법행위 단속을 위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