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지성인이랄 수 있는 교수만큼 소설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여러 예술장르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도 없을 것 같다. 때로는 사랑의 화신으로,고고한 지식인으로,지조있는 남산골 딸깍발이로,심지어는 속물인간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자신이 교수이기도 했던 유진오 박사는 소설 '김강사와 T교수'에서 신념을 지키려는 지식인과 타락한 현실속에서 타협해 가는 지식인의 정신적 몰락을 대비해 그렸다. 지난해 장안의 화제를 몰고왔던 TV드라마 '아줌마'에서는 교수로 '포장'된 남자주인공(장진구)의 위선적인 행동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었다. 현실이야 어떻든 교수들이 이처럼 다양하게 비쳐지는 것은 이들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게다. 실제로 교수는 우리 현대사의 가장 중심적인 위치에 서서 역동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승만정권을 무너뜨린 4·19는 교수들의 거리데모가 결정적이었고,유신독재나 군사정권하에서도 많은 교수들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며 옥고를 치렀다. 정치·사회적인 이슈가 있을 때면 으레 교수들이 방향을 잡아줬고 한편으론 여론몰이를 했다. 그들의 언행은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고 사회의 지표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요즘 진주교대 국어과 이지호 교수의 '소신'이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학기 집단 수업거부를 한 학생 2백56명에게 F학점을 주었는데,학교측이 다른 교수로 대체해 보강수업을 하자 여기에 맞서 싸우고 있는 중이다. 이 교수가 저항하는 이유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단 한가지.학생들은 정부가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충원하려는 방침에 반발,두 달간 수업을 거부했었다. 당시 이 교수는 수업거부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수업일수에 미달하면 학점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고 한다. 학교측은 "수업거부 당시 학사일정을 연기했다"며 이 교수를 몰아 세우고 있다. 결론은 두고볼 일이지만,원칙을 고수하고자 하는 이 교수의 행동이 편법과 예외로 얼룩진 사회에 신선한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