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그의 소속 정당인 공화국연합(RPR)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대형 부패 스캔들의 열쇠를 쥔 디디에 쉴레르가 5일 귀국했다. 쉴레르는 이날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담당 치안판사에게 넘겨졌다. RPR의 자문관이었던 쉴레르는 지난 86년부터 94년까지 파리 근교 '오드센느' 도의 공공주택사무소장을 지내면서 건설업체들로부터 거액의 뇌물과 사례금을 받아 RPR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쉴레르는 이 사건 조사가 시작된 지난 94년 잠적해 지금까지 도미니카공화국에 은신해 왔으며 지난달 자신의 아들에 의해 은신처가 폭로돼 본국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해 이 사건 담당 치안판사로부터 증언을 요구받았으나 현직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내세워 이를 거부했으며 법원은 2차에 걸쳐 그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프랑스 정계에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켰었다. 시라크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제1야당인 RPR는 대선을 불과 100일도 남겨 놓지 않은 가운데 쉴레르가 귀국하게 된 것은 집권 사회당의 정치공작에 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라크 대통령과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오는 4, 5월 대선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쉴레르의 송환 및 관련 비리 노출은 대선 판도를 뒤흔들어 놓을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관측된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