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가 '빈곤의 함정(Poverty trap)'에서 벗어나려면 외부에서 최소한 50억달러(약 6조6천억원)가 투자돼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일 '북한의 경제회복을 위한 자본수요 측정과 적정 투자방향의 모색'이란 보고서에서 북한 경제의 가장 긴급한 과제는 거듭되는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 나라가 '빈곤의 함정'에 빠지면 국내의 생산수준이 너무 낮아 국내 저축으로는 자본의 감가상각을 메우지 못하며 외부 지원 없이는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북한은 지난 90년부터 98년까지 9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99년과 2000년에만 각각 6.2%,1.3% 성장했다. 99년 이후엔 금강산 관광수입(약 3억5천만달러)에 따른 외부 자본유입이 국내 저축 부족액을 상쇄하고도 남았기 때문에 생긴 '잠정적 성장'에 불과하다고 KIEP는 지적했다. KIEP의 분석 결과,북한의 총자본은 매년 1.73% 줄어들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도 매년 0.8312%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IEP는 북한이 '빈곤의 함정'을 탈출해 플러스 성장으로 진입하는 데 드는 투자비를 50억달러로 추정했다. 이런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면 북한의 GDP는 해마다 0.2027%,국내자본량은 0.5581%,가계소득은 0.0646%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KIEP는 북한이 GDP(약 1백67억달러)의 30%인 50억달러의 자본을 한꺼번에 유치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매년 10억달러씩 5년간 투자하는 것이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측했다. 윤덕룡 KIEP 연구위원은 "북한이 플러스 성장을 하기 위해선 경제특구 설치 등 외국인 직접투자를 위한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집중해야 할 투자 분야는 경공업과 노동집약적 산업 분야"라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