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철강업체에 혹독한 시기였다. 전 세계적으로 철강경기가 침체되고 국제 철강가격은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까지 폭락했다. 그 여파로 미국의 3위 철강업체인 베들레헴스틸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대부분의 일본업체들도 적자를 내는 등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포항제철은 사정이 달랐다. 지난해 8천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여기에는 국내시장의 높은 점유율,세계 최고 수준의 원가경쟁력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포항제철의 안정적인 수익성과 뛰어난 원가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외국인들은 계속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 보유지분은 국내 최고 수준인 60%를 넘어섰다. 주가도 시장평균을 훨씬 웃도는 상승세를 보여줬다. 새해들어 포항제철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동안 신일본제철과 함께 세계 1위자리를 다투던 포항제철은 올해부터 생산규모면에서 선두자리를 내놓아야 할 운명에 처했다. 프랑스의 유지노,룩셈부르크의 아베드,스페인의 아셀랄리아의 합병과 일본의 NKK와 가와사키의 통합 등으로 초대형 철강업체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규모 합병사가 나왔음에도 원가경쟁력은 세계 최고를 유지할 전망이다.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설비투자를 강화한데다 조업기술을 향상시켜 값싼 원재료 투입비율을 높임으로써 원가를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철강업계 최초로 디지털 경영을 구현하기 위해 전사적 경영혁신 프로그램인 PI(Process Innovation)를 실시,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인 점도 원가경쟁력에 도움이 되고 있다. 포항제철은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프랑스의 유지노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세계 철강업계의 대형화와 통합화라는 구조 변화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민영화 이후 기업가치 향상에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 중간배당 실시,자사주 소각,자사주 펀드 운용 등은 물론 분기별로 CEO가 국내외 기업설명회를 갖는 등 능동적으로 IR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에도 철강산업의 대외환경은 좋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통상법 201조가 예정대로 3월에 발동되면 미국의 수입규제 강화로 직접적인 대미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또 주력 수출시장인 아시아 시장에서는 경쟁이 심화돼 수출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포항제철은 내수 시장에서의 우월한 시장지위와 최근 WTO 가입으로 새롭게 떠오른 중국시장 진출을 통해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광양1고로 보수에 따른 감산으로 올해 매출은 전년 수준에서 정체될 전망이다. 그러나 원재료가격 안정과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이익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부터 국제 철강가격이 반등하면 수익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최근 조정을 보이고 있는 포항제철 주가도 다시 한단계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 대우증권 고유진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