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9월열리는 공산당 제16기 전국대표대회(16大)에서 순순히 퇴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홍콩 시티(城市)대학 정치학과의 우궈광(吳國光) 교수는 22일자 홍콩 경제 일간신보(信報) 기고문에서 6.4 톈안먼 사태 당시의 강경 진압 지시와 가족 부패 문제등에 대한 책임 추궁을 우려해 리펑이 당 서열 2위의 막강한 권력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의 측근으로 중국 정가 동향에 밝은 우 교수는 현재 관측통 다수가 16대에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당중앙 총서기직을 완전히 물려줄 것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16대 인사의 중요한 관건은 리 위원장의 퇴진 여부라고 강조했다. 리 위원장이 퇴진하지 않거나 최악의 경우 뤄간(羅幹) 당중앙정법위원회 서기 등 핵심 측근들을 대리인으로 보호장치 구축에 나설 경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부주석 등 제4세대로의 세대교체 작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리 위원장은 차세대 트로이카로 예상되는 후 부주석과 쩡칭훙(曾慶紅) 당 조직부장, 원자바오(溫家寶) 부총리 등 정치개혁 성향의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당중앙에서 ''동란''으로 규정한 ''6.4 문제''가 재평가돼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장 주석이 미국의 한 TV방송 회견에서 6.4 사건에 대해 일부 긍정 평가를 한 데 이어 주룽지(朱鎔基) 총리도 ''6.4 재평가'' 요구를 크게 반박하지 않는 등두 사람의 최근 언행도 리 위원장의 퇴진 결심을 막고 있다고 우 교수는 풀이했다. 게다가 지난해 1월 당 지도부의 톈안먼 사건 처리 과정이 담긴 비밀 문건이 유출돼 미국에서 ''6.4 진상''이란 책(영.중문판)으로 출간된 후 당내외에서 6.4 재평가및 이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정치개혁 주장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점도 16대인사를 앞두고 눈여겨 봐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홍콩 관측통들은 최근 정치개혁 문제를 둘러싸고 후 부주석 계열 인사들과 리위원장 측근들간에 노선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 교수는 또 장주석과 주 총리가 각각 퇴진 의사를 내비치거나(장 주석) 퇴진을 선언했지만(주 총리) 3대 거두 중 리 위원장만 퇴진 문제에 대해 일언반구 없었으며 이는 끝까지 권력을 놓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리 위원장의 오른팔로 인식되는 뤄간 서기는 지난해 3월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 직전 열린 전국 성.시.자치구 정법위원회서기 회의에서 "국내외 적대세력 분쇄" 등 과격 발언을 했으며 이는 양대 회의 중 ''주군''인 리 위원장에 대한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었다. 뤄 서기는 당시 ''6.4동란 재평가'' 선동 분쇄 등 ''긴밀히 주의해야 할 8대 문제''를 제기했으며 신보는 ''뤄간 발언의 근원'' 제하 분석 기사에서 정치국 위원인 뤄 서기가 정치국 회의 등에서 유사한 발언을 했으며 이는 섣불리 정치개혁 및 민주제도도입 등의 주장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duckhwa@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