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돗물을 둘러싼 위생 논쟁이 불거지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정수처리된 물과 가정의 수돗물에서 무균성 뇌수막염과 간염 등의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소식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환경부가 지난해 4월말까지 1년간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팀에 의뢰,하루 처리능력 10만t 미만의 중소규모 정수장 31개를 대상으로 수질을 측정한 결과 7곳의 정수장 물과 4개 지역의 일반 가정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수돗물내 바이러스의 존재가 정부 차원의 공식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중 경기 여주읍 가정 수돗물에서는 1백리터 당 33.5마리의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성인이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신다고 봤을때 1년반 동안 여주읍 지역의 물을 식수로 사용할 경우 약 3백66마리의 바이러스에 노출된다는 얘기다. 그만큼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수 밖에 없다. 최근 "수돗물 파문"은 꼬리를 물고 발생했다. 국내 일부 정수장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이 미국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사실이 밝혀졌다. 수자원공사가 지난해 6월 금강 하류지점인 충남 부여의 석성 정수장에서 발암물질인 할로초산이 미국 기준치인 60ppb를 배이상 초과한 1백24ppb나 검출된데 이어 9월에도 74.1ppb가 나온 것이다. 염소 소독 과정에서 발생하는 할로초산은 간이나 신장질환을 유발하는 발암성 독성물질이다. 미국에선 지난해부터 발암물질로 규제하고 나선 반면 한국에선 감시물질로만 분류돼 아직 기준치조차 없는 실정이다. 며칠뒤 서울시내 공공기관의 수돗물을 검사한 결과 6천8백19곳의 수도꼭지에서 염소량이 부족,식수로서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수도물에 내려진 잇단 "불합격" 판정들로 수돗물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서울시가 최근 15세 이상 남녀 1만2천6백80명을 대상으로 상수도와 시내버스 지하철 도시가스 등 10개 분야에 대한 행정서비스 시민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상수도가 지난해 하반기 54.9점에 이어 올해 52.3점으로 최하위의 점수를 얻었다. 그중에서도 "수질"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환경부는 올 하반기부터 하루 수돗물 생산량 5만t이 넘는 정수장의 상수 원수(原水)에 대해 수돗물 바이러스 오염 여부를 알아보는 조사를 정기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또 바이러스를 99.99% 제거토록 의무화하는 소독기준을 도입하는 한편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각 정수장의 시설을 개선키로 했다.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될 경우 해당 지자체에서 지역주민들에게 "물을 끓여 마시라"는 경보를 발령토록 하는 행동요령도 만들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수장 관리를 개선하고 바이러스 제거를 위한 정수 처리기준을 도입하는 등 단기대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원수의 수질개선과 노후수도관 교체 등 중.장기대책도 강화해 물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민간환경연구소 관계자는 "환경부와 지자체가 수질개선을 위해 매년 막대한 돈을 투입하는데도 수돗물은 여전히 불신의 대상"이라며 "이번에야말로 수돗물 대책이 말로 끝나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