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협회는 1962년부터 건설회사들의 연간 성적표를 발표한다. 전년도의 공사실적 경영상황 기술능력 등을 종합 분석,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회사를 선정하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한 시공능력평가 순위(옛 도급순위)가 그것이다. 이 평가순위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특정회사의 부침(浮沈)이 한눈에 들어온다. ''압구정동 한양아파트''로 명성을 날린 한양주택은 지난 80년 현대건설 대림산업 동아건설에 이어 도급순위 4위 업체였다. 하지만 한양은 21년 뒤인 지난해 협회 등록마저 말소됐다. 한보그룹의 한보종합건설은 90년 초반까지 30∼40위권을 유지했지만 현재는 80위권으로 밀려났다. ''TK 3인방''으로 불렸던 청구 우방 건영은 90년대 중반 20위권으로 급성장했으나 지금은 70위권 밖이다. 일반인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들 건설회사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정치권과의 연루설이 끊이질 않았고 정권이 바뀌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중동건설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고전하던 한양은 정부의 신도시 개발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양은 신도시건설때 정치권 실세에 돈을 건넨 대가로 업계 최대인 35만평의 택지를 분양받아 입방아에 올랐다. 한보그룹은 한보종합건설 등 3개의 건설회사를 운영하며 서울 수서에서 대규모 아파트건설 사업을 꿈꾸다 정치권 및 관계인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청구 우방 건영은 노태우 정부때의 신도시건설을 전후해 정치권과의 연루설이 끊이질 않았고 일부 내용은 검찰조사로 확인됐다. 청구그룹 장수홍 회장은 부산 온천센터을 비롯한 각종 공사와 관련,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정치인에게 돈을 뿌렸다. 건영 엄상호 회장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 조합주택의 고도제한을 풀면서 엄청난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을 샀으며 우방 이순목 회장은 워크아웃 기간중에도 1백82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으로 채권단에 의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