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으로 여야관계가 당장 우호적으로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 야당측이 중립내각 구성과 대대적인 국정쇄신 등 그들의 요구가 상당부분 수용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어 이번 회견에도 불구, 여야 관계는 기존의 대립구도에서 당분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들이다. 당장 한나라당은 이번 회견에 대해 "대통령의 시국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며못마땅한 시각을 표출하고 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논평에서 "야당과 국민이 기대했던 중립내각 구성, 예측가능한 정치일정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등 대통령의 인식과 진단, 처방이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한나라당은 기본적으로 중립내각 구성과 국정쇄신 등을 통해 지방선거와 대선등 양대선거에서 제도적 중립성을 확고히 보장받는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에서 그같은 기대가 무산된 만큼 당분간 파상적인 대여 공세를 계속해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따라 김 대통령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의 회담 개최에 대해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음에도 불구, 여야관계의 조기 해빙은 기대하기어렵다는 관측들이 많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회견에서 대통령이 남은 임기 1년을 어떻게 마무리할것인지, 국정난맥상의 수습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기대했던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면서 "기존의 여야관계에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대통령이 권력형 비리의혹에 유감을 표명하고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강도높게 천명한 데 대해선 야당도 높게 평가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다소 수그러들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통령이 단호한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일단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기 때문이다. 야당의 표적이 됐던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사퇴도 권력형 비리의혹을 둘러싼 대립 수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 대통령이 경제살리기와 월드컵 등 국정에 전념하고 양대선거의 공정한 관리와 인사정책 개선 등을 다짐한 것도 여야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특히 한나라당은 민생.경제에 대해선 초당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가 사안별로 협의 채널을 가동하는 부분적인 협조체제 구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회창 총재는 오는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밝힐 예정이어서 그 내용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