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하여 안도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일부는 한걸음 나아가 '이것은 그동안의 구조조정 성과 때문이며,새해 2분기 혹은 3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만이 아니라 외국인투자자들이 그렇게 보며,그 덕분에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낙관론마저 일고 있다. 과연 이런 것들이 근거가 있는가? 먼저 '세계적 침체속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가'이다. 이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미국은 지난해 4%대의 성장에서 올해 1% 이하로 급격하게 경기가 침체돼 2분기부터 리세션(불황)으로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은 -1% 전후로 10년 간의 장기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도 나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올해들어 독일이 2분기부터 0% 성장 전후로 악화돼 불황이 가속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잘 나간다던 싱가포르나 대만이 지난 3분기에 -5.6%와 -4.2%로 크게 위축되고 있다. 반면 중국이 7%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고,인도 4.4%,러시아 5.1%,인도네시아 3.5%,필리핀 2.9%,이집트 헝가리 체코 페루 베네수엘라 칠레 등이 2∼4%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같은 3분기에 1.8%로서 절대적으로는 침체지만,상대적으로 중간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의 침체는 미국경제 침체에서 비롯됐고,미국경제의 침체는 10년 간의 호황 중 과잉투자됐던 IT부문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IT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그 충격이 컸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은 IT에 비해 전통적인 제조업의 수출 비중이 크고,수출보다 내수 기반이 크기 때문에 영향을 덜 받았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많은 후진국들이 그런대로 플러스 성장을 보이는 것도 IT부문이 덜 발달돼 있고,이들 분야의 수출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싱가포르 대만 등은 IT관련부문의 수출비중이 크고 대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심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컴퓨터 등 IT관련부문에서 크게 위축됐으나,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전통부문과 통신시스템부문에서 타격이 적었기 때문에 중간정도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한국경제의 불황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면,그것은 산업구조면에서 IT와 전통산업이 공존,IT에서 입은 타격을 전통부문에서 어느 정도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각국의 산업 및 무역 구조의 차이가 경제성과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의 구조조정 덕분에 다른 나라,특히 싱가포르나 대만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구조조정이 더 철저하게 됐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을 가지고 개혁을 더 철저하게 하여 신뢰를 쌓고,정치권의 파괴적 정쟁이 적었으면 지금보다 나은 성과를 올렸을 것이다. '내년에 성장세로 돌아설 것인가'에 대해서도 좀 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이번 경기회복은 미국경기 회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대테러 전쟁이 종결되고 IT 거품이 빠지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불황의 지속기간이 평균 11개월이었으므로 내년 2월 이후부터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국제기구나 전문연구기관들의 전망은 미국이 내년에 올해보다 오히려 못한 0.8% 성장을 하고,유럽은 1.2%로 낮아지며,일본은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경제를 그렇게 낙관만 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그 동안의 개혁성과에 도취되지 않고,IT부문과 전통산업의 조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시장의 힘에 의한 경제운용과 같이 외부 환경변화에 강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근거가 빈약한 경기낙관론에 기초하여,또는 정치논리로 구조적인 개혁을 후퇴시킨다면 그것은 아르헨티나의 예에서 보듯이 위험을 자초하는 길일 뿐이다. ckkang@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