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6일 최후 거점인 칸다하르를 포기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오사마 빈 라덴이 사면초가에 빠지는 신세로 전락했다. 자신과 더불어 '대미(對美) 성전'을 이끌어오던 탈레반 최고 지도자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가 안전보장을 조건으로 내걸고 사실상 항복을 선언함으로써 더이상 기댈 언덕이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미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탈레반의 칸다하르 이양 합의로 대테러전쟁의 초점은 빈 라덴의 색출로 좁혀졌다"면서 향후 전개될 군사작전이 빈 라덴을 잡는데 집중될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은 빈 라덴이 아프간 북동부 잘랄라바드에서 남쪽으로 55㎞ 가량 떨어진 산악지역인 토라보라의 동굴 5∼10곳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 이달 초부터 맹폭을 가해 왔다. 또한 특수부대를 이곳에 직접 투입, 현지의 반탈레반 군과 유기적인 협력체제를구축해 놓은 상태다. 미합참 차장인 피터 페이스 해병대 대장은 이날 전황 브리핑을 통해 미 특수부대원들이 이 지역에서 아프간 반군들과 활동하면서 빈 라덴의 은신처나 적군의 집결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상에서는 반탈레반군이 포위망을 좁혀 들어가고 미 전투기가 이를 공중지원함으로써 빈 라덴 제거 및 알 카에다 궤멸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이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인식이다. 더군다나 지상 10㎝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해내는 정찰위성과 고도 6만피트에서24시간 감시망을 펼치고 있는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등 최첨단 장비가 동원되고있고, 육로 및 해상의 탈출로까지 봉쇄된 상태여서 빈 라덴이 최후의 순간을 피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빈 라덴도 이런 상황을 의식, 최근 측근들에게 미군에 사로잡힐 처지에 놓일 경우 자신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려 놓은 바 있다. 그러나 토라 보라 지역은 수많은 동굴이 산재한 험준한 산악지역인데다 조만간혹한과 폭설이 엄습할 경우 군사작전이 극히 어렵다는 점에서 빈 라덴 제거까지는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빈 라덴이 이미 토라 보라 지역을 벗어났거나 국외로 탈출했을 가능성도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파는 이날 토라 보라 지역의 반탈레반군지휘관 하즈라트 알리의 대변인의 말을 인용, 빈 라덴이 토라보라의 은신처를 탈출해 토라보라 서쪽의 스핀 가르 산맥으로 피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빈 라덴은 지난달 7일 카불에서 자동차로 5시간 떨어진 지점에서 파키스탄 언론인 하미드 미르와의 회견을 위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로는 전혀 자신의소재를 노출시키기 않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