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달 31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북쪽의 전선에서 탈레반군에 대해 월남전 이래 처음으로 융단폭격을 퍼붓는 등 반(反) 탈레반 세력인 북부동맹에 대한 지원을 부쩍 강화하고 나섰다. 이날 폭격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아프간에 미지상군 병력이 일부 투입돼 공격 목표를 지정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한 지 하루만에 이뤄진 것이다. 미국이 아프간 공격을 개시한 이후 최대규모로 기록된 이날 폭격은 북부 탈레반전선에 집중됐으며 칸다하르에도 공습이 가해졌다. 융단 폭격은 목표물을 겨냥하지 않고 일정 지역에 폭탄을 무차별 투하하는 대규모 공습으로 `무차별적이며 비인도적'이라고 비난받는 융단 폭격이 실제로 감행됐다면 아마 월남전 이래 처음일 것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군 합참 작전차장인 존 스터플빔 해군 소장은 그러나 전황 브리핑에서 "그것은 옛날 표현"이라며 융단 폭격이라는 용어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군은 넓은지역이지만 특정하고 쉽게 가격할 수 있는 목표물들을 향해 폭탄들을 대거 투하했다고 설명하기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공격이 탈레반군과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조직 알 카에다 군과 이들의 지휘통제부, 벙커, 터널, 비행장 등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이틀동안 공습의 강도가 대폭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에는 논평하지 않은 채 영국령인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주둔하고 있는 대형 전폭기들이 대규모 군대 집결지를 비롯한 아프간 전역을 공격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미국의 확전은 동절기와 이슬람의 라마단 금식 기간이 임박하고 있는 데다 민간인 오폭 등으로 국제여론이 악화되고 국내에서도 전과가 두드러지지 않다는 비난이 일기 시작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의 B-52 폭격기는 이날 카불 북쪽 50km 지점의 탈레반 전선에 최소한 2차례의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 B-52 폭격기가 카불 북부지역 공습에 동원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B-52 폭격기는 이날 낮 12시 20분(현지시간)과 12시 36분 두차례에 걸쳐 소말리평원 상공의 고도를 선회했으며, 북부동맹과 대치중인 탈레반 전선 상공에는 5~6차례의 대규모 버섯구름과 먼지가 일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미군은 이날 새벽 칸다하르에도 공습을 가했으며, 탈레반은 개전후 처음으로 외국기자 29명을 초청해 미군의 오폭으로 파괴된 한 병원을 공개했다. 이 병원 의사는 기자들에게 15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으나 시체는 보여주지 않았다. 수하일 샤힌 파키스탄 주재 아프간 대리공사는 31일 3주에 걸친 미군의 공습으로 약 1천50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한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날 NBC방송과의 회견에서 "이제는 훨씬 더많은 목표물을 갖게 됐다"고 말하고 "오늘 출격의 80% 정도가 탈레반과 알 카에다군에 집중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은 지상에서 목표물에 대한 매우 정확한 정보가 제공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주말 모스크바를 방문,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과 면담하는데 이어 아프간 주변국들도 방문, 대(對)테러전에 대한 지원을 당부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인 톰 대슐의원은 이날 백악관에서 조지 W.부시 대통령과 면담을 한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번 과업을 올바로 수행하기 위해어떤 전략이 필요한 것인지에 관해 그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지상군 투입을적극 지원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