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대 정보 수사기관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이 9.11 미국 테러에 관한 사전 경고 내용 해석을 둘러싸고 심각한 이견을 노출시키고 있다. CIA가 지난 8월 27일 비밀 정부 컴퓨터망으로 보낸 전문을 통해 테러 배후 혐의자 오사마 빈 라덴과 관련이 있는 2명이 미국에 입국했으며 의심을 받고 있는 다른테러분자 2명의 입국을 저지해야 한다고 경고한데 대해서는 두 기관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CIA는 이미 8월 초 백악관과 다른 고위 정책결정자들에게 빈 라덴이 미국 내에서 테러 공격을 감행하기로 결심했다고 통고한 바 있다. 그러나 CIA와 FBI 관계자들은 지금 지난 8월27일의 전문 경고의 의미를 둘러싸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잘못된 전문으로 FBI의 대응이 영향을 받았는지에대해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FBI는 9.11 테러 당시 항공기 납치범으로 뒤늦게 밝혀진 2명을 찾는데 실패했다.CIA 전문에서 이미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확인된 이들 2명 할리드 알미다르와 나와프 알하즈미는 이륙 후 국방부 청사에 추락한 아메리칸 항공 소속 항공기 납치를 도왔다. CIA는 전문 맨 위쪽에 대문자로 "즉각"(IMMEDIATE)이라는 암호를 붙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CIA는 일상, 우선, 즉각, 긴급 등 4단계의 경고 문구를 사용하고 있으며긴급은 전쟁 발발과 같은 가장 심각한 사태에만 적용하고 있다. 한 정보관리에 따르면 "즉각"은 긴급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보다 더 높은경고 전문은 거의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관리는 CIA가 전문을 통해 알미다르와 알하즈미를 포함 4명의 테러 혐의자들이 이집트 이슬람 지하드 단체와 확실한 관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다고 강조했다. CIA는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테러 단체들중 하나인 이 이집트 이슬람 지하드가 빈 라덴이 이끌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알 카에다와 지난 6월 통합한 것으로믿고 있다. 이 전문은 또 알미다르가 지난해 1월 말레이시아에서 빈 라덴의 추종자들과 만났다고 밝히고 있다. CIA는 알미다르가 만난 사람이 지난해 10월 예멘에서 미국 구축함 콜호를 폭파한 제1 혐의자로 믿고 있다. 이 전문은 또 알미다르가 지난 7월 4일 뉴욕 케네디 국제공항으로 입국했으며알하즈미는 지난해 1월 15일 로스앤젤레스를 통해 입국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FBI 관리들은 CIA 전문 내용에 대해 완전히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한 관리는 CIA 전문에 "즉각"이라는 암호가 붙어 있지 않으며긴급한 상황이라는 다른 시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CIA가 이민귀화국(INS)에 대해 이들 4명의 테러 혐의자들을 특별 감시자 명단에 "즉각" 올려놓으라고만 요청했다면서 "CIA 전문은 이 테러 혐의자들을 감시자 명단에 올려 놓는 것이 목적이었지 FBI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도록 하려는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리와 다른 FBI 관리들은 FBI가 워싱턴에 있는 대(對)테러지부에서 CIA 전문을 받은 뒤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한 관리는 FBI가 이 사람(알미다르)의 소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그가 있을만한 곳을 파악하려 했었다고 덧붙였다. 테러와의 전쟁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CIA와 FBI는 때때로 통신문제로 불화를 빚고 있으나 이번 9.11 테러사건처럼 사전 경고와 대응을 둘러싸고 심각한 이견을 드러내기는 처음이다. (워싱턴=연합뉴스) h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