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에 걸쳐 5명이 지금까지 2백억원이 넘는 장학금을 한신대학교에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10일 서울 수유동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는 60년이 넘도록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설립자 집안의 학교 사랑이 듬뿍 담긴 장학기금 증정식이 열렸다. 한신대 전신인 조선신학원의 설립자인 고 김대현 장로의 손자 김준수씨(60)는 여동생 성수씨(55)를 통해 10만달러를 장학사업 기금으로 내놨다. 김씨는 미국 댈러스에서 'DT시스템스'라는 정보기술(IT)관련 전자부품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김씨 집안의 장학금 기부는 조부인 김 장로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 장로는 경북 영일군 흥해 제일교회 출신으로 1901년 정부관립 의학교를 수료한 다음 흥해공립보통학교 교무위원과 흥해명신학교 학감 등으로 교육사업에 몸담았다. 김 장로는 1939년 한신대 전신인 조선신학교를 세우면서 현금 15만원과 15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희사했다. 이는 현 재산가치로는 무려 1백70억원이 넘는 것이다. 기부금 마련을 위해 김 장로는 평소 수입의 10분의 1을 떼내 '김필헌(金必獻)'명의로 된 통장에 저축했다. 통장의 돈을 반드시 하나님을 위해 바치겠다는 의지로 '필헌(必獻)'이란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그는 조선신학원을 설립하면서 그동안 모은 재산을 바쳤다. 또한 평생을 신학교육사업에 매진했다. 기부는 대를 이었다. 지난 77년에는 김 장로의 장남인 영철씨가 1천만원을 학교에 기탁했고 86년에는 영철씨의 동생인 영환씨가 1천3백만원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았다. 김 장로의 아들이 이어받은 장학사업은 손자들에까지 이어졌다. 99년에는 영철씨의 아들이며 전 불가리아 대사였던 흥수씨(61)가 30만달러를 쾌척했다. 이번에는 영환씨의 아들인 준수씨가 장학금을 내놨다. 한 집안이 3대에 걸쳐 5명이 장학금을 기증한 것이다. 준수씨는 앞으로 매년 10만달러를 학교에 기증키로 했다. "지난 85년 할아버지 15주기 때 장학금을 모아 할아버지가 세운 한신대에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미국 등에 흩어져 있어 추도예배를 보기가 어려워진 후손들이 짜낸 아이디어였지요" 성수씨는 "기부금이 성실한 목회자 양성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기영 기자 ka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