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계기로근본주의자들이 통치하는 '이슬람세계 혁명'을 구상해왔으며 파키스탄의 핵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원유, 마약 등을 꿈의 실현 도구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일간 명보(明報)는 8일 수 년간 빈 라덴을 연구해 온 서방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빈 라덴은 전쟁 발발로 이슬람국가들에서 반미 시위가 고조돼 혼란이 발생하면 과격분자들을 사주해 파키스탄과 사우디 아라비아 등 친서방 정권을 전복시키고 근본주의 세력이 집권하는 이슬람 혁명을 기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빈 라덴 전문가들은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 회견에서 "빈 라덴은 사우디 등 친서방국이나 이란 등 보수 성향 이슬람국들에서 과격세력들의 봉기로 내란이 발생하면 추종 세력들을 동원해 정변을 일으켜 차례로 붕괴시키는 등 '황금 도미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빈 라덴이 사주한 것으로 알려진 9.11 테러의 진정한 목표가 아프간과 파키스탄, 사우디를 주축으로 한 근본주의 이슬람 세계 건설이며 개혁파인 하타미대통령이 이끄는 이란과 '세속 정권'비난을 받아온 터키도 이슬람 혁명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터키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일한 이슬람 국가로 걸프전 당시에도 반(反)이라크 전선에 가담해 병력을 파견하고 다국적군 공군기의 발진기지를 제공하는 등 미국과의 접근을 강화해 이슬람 과격세력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빈 라덴은 수 년 전 회견에서 유럽연합(EU)과 나토를 예로 들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영광 재현'을 주창한 뒤 이슬람 연맹을 결성해 서방세계에 대항하는 '신세계 질서' 수립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빈 라덴은 특히 ▲이슬람 세계의 유일한 핵 보유국인 파키스탄의 과격분자들을 선동해 무샤라프 대통령 정권을 전복시키고 근본주의 정권을 수립해 핵무기를 장악하며 ▲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에서 왕정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선동해 근본주의 세력이 원유시설들을 장악케 하고 ▲전세계 아편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아프간에서 전세계로 각종 마약을 대량수출, 군비를 확충한다는 구상을 해온 것으로알려졌다. 지난 4년간 빈 라덴을 연구해 온 영국의 웨이싱턴은 "그는 인터뷰 당시 수 차례 파키스탄 핵무기에 대해 언급했으며 파키스탄에 탈레반 정권이 수립되면 전술 핵탄두를 30개까지 확보할 수 있음을 호언했다"고 말했다. 런던에 있는 아랍 이슬람 개혁행동 본부의 한 관계자는 사우디 영내에서 암약중인 빈 라덴 추종 세력들이 미군기지 습격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런 행동은 이슬람국가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1만명으로 추산되는 빈 라덴 지지자들은 현재 사우디 정권을 전복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했지만 내란발생 등으로 사우디가 혼란에 빠지면 이슬람 혁명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아프간 국경지대엔 13개 이슬람국에서 지하드(聖戰) 참전차 3천여명이 몰려들었으며 이같은 '지하드' 열기가 러시아와 중국, 이란, 중앙아시아 등지로 파급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duckhwa@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