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비행기 2대가 자살충돌한 직후 뉴욕주 스코티아 소재 특수부대는 정예요원 22명에게 세계 최악의 테러참사 현장에 출동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들은 그날 저녁 8시30분까지 뉴욕시내에 특수장치를 설치한 뒤 조용히 공기를 채집했다. 그 결과 테러범들이 엄청난 사망자를 낼 수 있는 세균이나 유독성 화학물질을 방출시키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23일 이같은 비화를 소개하며 당시 특수부대가 신속하게 움직이고 다행히 위험요소도 발견되지 않았으나 미국이 생화학 무기 테러에 취약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워싱턴 포스트도 이날 사설을 통해 미국이 생물학무기를 이용한 테러 가능성에 대해 더이상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들 신문에 따르면 그동안 생물 무기를 이용한 테러는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등장하거나 도덕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로 일축되어온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대참사는 테러범들에게 도덕적 한계는 없으며 세균무기가 항공기 자살충돌보다 더 간단한 테러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과연 생화학 무기 테러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 전문가들은 몇 가지 예외를 빼놓으면 생화학무기를 만들고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지난 90년대 초 일본 옴 진리교가 도쿄와 그 주변지역에서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병원균 투척을 시도했으나 부상자나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 그 사례로 거론된다. 워싱턴D.C. 소재몬터레이 국제연구소의 세균무기 전문가인 조너선 B. 터커는 "아직 탄저균에 노출되는 것보다는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죽을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대참사를 살펴보면 테러범들이 대량살상 무기와 관련된 기술적 장애들을 극복할 수 있으며, 특히 불량국가나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을 경우 그같은 일이 더욱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조지 J.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해 의회 청문회에서 테러범들이 테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단들을 강구중이라면서 일부단체들은 화생방무기나 핵무기를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뉴욕시 응급관리단장을 지낸 제롬 M. 하우어는 2개월 전 의회에서 "미국은 바이오테러리즘에 대처할 준비를 너무 갖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민간 생물학방어 연구센터에서 일하는 의사 타라 오툴은 이번에 특수부대가 신속하게 움직였다고 평가했으나 " 많은 사람들에게 복잡한 치료를하는 것이 필요한 의료 체제에 대한 시험 운영이 한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며 우려했다. 또 세균무기에 의한 공격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한 수단들이 전혀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당국은 현재 환자들이 이상징후를 보일 경우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보고토록 하는데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전문가들은 이같은 접근방식은 부적절하며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확산을 막을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심각한 전염병의 경우 흔히 감염된 뒤 여러 날 또는 여러 주 뒤부터 확산되기 시작해 응급구조 체제가 소용없게 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세균무기에 감염된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백신 등 적절한 의약품들이 크게 부족하며 이를 신속하게 공급, 사용할 수 있는 체제도 갖추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간호사나 의사 등 보건의료진들에게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훈련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된다. 특히 세균 등 유독물질을 "무기로 사용할 목적"일 때에만 소지를 금지하는 현행 형법과 관련 규제조항 등의 정비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