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보다 이해를" 현대 언어학의 태두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히는 노엄 촘스키(73·MIT대)가 '테러세력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부르짖는 미국의 주도세력 앞에서 내놓은 목소리다. 촘스키 교수는 평소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아 왔는데 뉴욕대참사 이후 인터넷(www.zmag.org)에 올린 '폭격에 대해(On The Bombing)'를 통해 또다시 이처럼 이견을 발표했다. '이번 테러는 잔혹한 것이지만 규모로 볼 때 클린턴이 뚜렷한 이유 없이 수단을 폭격해 제약공장 절반을 파괴하고 수많은 사람을 죽인 데는 못 미친다'고 시작한 이 글에서 그는 '미국은 정당화된 공포를 그대로 드러낼 수도 있겠지만 왜 테러가 발생했는지 이해하고 잠재적 테러범들의 생각을 알고자 애쓰는 쪽을 택할 수도 있다'며 성급한 보복은 더욱 참혹한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촘스키는 러시아계 유태인 이민 2세로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다. 27살 때 MIT 교수로 임용되고 32살에 정교수가 됐지만 일반에 알려진 건 1966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지식인의 책무'를 통해 '지식인은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과 동기,숨겨진 의도를 분석하고 거짓을 폭로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부터다. 그는 미국의 외교정책, 특히 이스라엘 중심의 중동 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질서의 본질과 폐해에 대해서도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다. 국내에도 소개된 '507년,정복은 계속된다'에선 아메리카대륙 발견 이후 5백여년은 서구제국주의의 약소국 정복의 역사에 다름 아니며 국제경제의 통합내지 자유무역주의의 확장으로 요약되는 세계경제 질서는 강대국에 유리한 품목의 자유화및 전략산업 보호의 조합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심지어 '미국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이윤과 권력이다. 인권도 선전을 위한 수단으로만 가치를 지닌다'고까지 얘기한다. 그렇다고 그가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는 건 아니다. 단지 지식인이라면 사태를 직시하고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촘스키도 촘스키지만 그의 행동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의 힘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