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들이 납치 여객기를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처음 충돌시킬 당시 미국 전투기들은 현장에서 8분거리의 상공에, 또 다른 전투기 2대는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에 다른 피랍기가 충돌한 시간에 12분 거리에서 각각 비행 중이었던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이같은 사실은 북미방공사령부(NORAD)가 18일 새로 공개한 공식 비행일지의 시간대별 상황기록에 의해 밝혀졌다. 군 관계자들은 여객기가 국방부 건물에 충돌할 때까지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어떠한 민간항공기도 격추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사 요격시간이 있더라도 전투기 조종사들이 조치를 취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NORAD는 지난 11일 최초의 여객기 피랍 보고 접수에서부터 국방부 건물 피격 및또 다른 피랍 여객기 격추까지의 전투기 운용 상황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 오전 8시40분(이하 현지 오전 시간), 미 연방항공관리청(FAA)이 뉴욕 롬에 있는 NORAD의 동북지구방공사령부에, 아메리칸 항공 11편 여객기가 보스턴을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중 공중 납치됐다는 비상 통보했다. 8시43분, FAA는 같은 노선의 유나이티드항공 175편도 납치됐다고 통보했다. - 8시46분, NORAD는 매사추세츠주 팰머스의 오티스 공중국가방위대 기지에 2대의 F-15 전투기를 발진시키도록 명령했다. 바로 이때쯤, 아메리칸항공 11편이 뉴욕세계무역센터에 충돌했다. - 8시52분 2대의 F-15기가 발진했다. 9시2분, 유나이티드항공 175기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했고, 이 시각 2대의 F-15기는 그 곳까지 8분이 걸리는 거리의 상공을날고 있었다. - 9시24분, FAA는 NORAD에 워싱턴발 로스앤젤레스행 아메리칸항공 77편 여객기가 세 번째로 공중 납치됐다고 통보했다. NORAD는 버지니아주 랭글리 공군기지에 F-16 전투기 2대로 이 여객기를 요격하라고 명령했다. - 9시30분, 2대의 F-16기가 랭글리 공군기지에서 발진했으나 이 여객기가 국방부 건물에 충돌한 시각에는 12분이 걸리는 거리의 공중에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국방부 피습 뒤에야 워싱턴의 주요 목표물들을 위협하는 모든 항공기를 격추하라고 승인했다. 네 번째 피랍기인 뉴워크발 샌프란시스코행 유나이티드항공 93편 여객기는 그때까지 펜실베이니아주 상공을 날면서 동부 연해 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랭글리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2대의 F-16기는 워싱턴 상공을 엄호비행하고 있었으나 피랍기가 접근하자 펜실베이니아주 생스빌 교외에서 이를 격추했다. 그때 시각은 대략 10시3분이었다. 지난주,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차기 합참의장 내정자였던 리처드 마이어스 대장에게 전투기들이 조금 더 일찍 발진할 수 없었던 이유를 추궁했고, 이에대해 마이어스 대장은 냉전 종식 이후 공격해오는 항공기를 감시할 수 있는 공군기가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콜로라도스프링스 AP=연합뉴스) d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