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 뉴욕, 펜실베이니아 등에서 무자비한 동시다발 테러가 자행돼 수만명의 사상자가 우려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테러범들은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소속 등의 여객기 8-10대를 공중납치해 일련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 테러의 배후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했으며, 빈 라덴 자신도 3주전 대규모 테러를 경고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 그가 은신중인 것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응조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테러는 11일 오전 9시(이하 현지시간)를 전후해 뉴욕의 110층 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에 각각 2대의 납치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충돌하면서 시작됐다. 이들 건물은 비행기가 충돌한 지 1시간이 지난 후 30여분 간격으로 2차 폭발이이어지면서 각각 완전히 붕괴됐다. 또 워싱턴 소재 국방부 건물과 백악관 서쪽 사이에서도 여객기 1대가 헬기와 충돌했으며, 국무부 건물앞에서는 폭탄을 실은 차량이 폭발했다. 이와 함께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에서는 유나이티드항공 소속 비행기 1대가 추락했으나, 나머지 4-6대의 행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어 추가 테러가 우려되고 있다. 다행히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한 한국 업체 직원들은 아직까지는 인명피해가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은 테러가 발생한 직후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등 정부청사와 의사당,유엔본부 등 주요 건물에 긴급 대피령을 발동하고 뉴욕항에 항공모함 4척을 집결시키는 한편 일부 지역에는 상당한 군병력을 배치하는 등 전국에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긴급 성명을 발표, 이 사건을 명백한 테러로 규정하고 철저한 범인 색출과 응징을 선언했다. 전 세계 정상들은 충격 속에 부시 대통령에게 급전을 보내거나 성명을 발표하며위로와 애도의 뜻을 전했다. ◇ 뉴욕 = 이날 오전 8시48분께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 가운데 북쪽건물 상층부에 여객기 1대가 충돌했다. 이어 18분 후에는 남쪽 건물에도 여객기 1대가 날아와 충돌하면서 큰 폭발이 발생했으며 이 건물은 1시간쯤 후에 완전히 붕괴했다. 남쪽 건물이 붕괴된지 30여분만에 북쪽 건물도 폭발이 이어지면서 무너져 내렸다. 미 언론은 쌍둥이빌딩과 충돌한 비행기들이 아메리칸항공 소속 B757과 B767기라고 보도하면서, 모두 공중납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메리칸항공도 이날 여객기 2대의 실종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들 비행기에 모두15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확인했다. 아메리칸항공측은 B767기는 보스턴발 로스앤젤레스행으로 승객 81명과 승무원 9명, 조종사 2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워싱턴발 덜레스행 B757기는 승객 58명과 조종사 2명, 승무원 4명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언론은 이로 인해 1만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보도했으나, 사건발생 시간이 아침 출근 시간대여서 희생자가 훨씬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 세계무역센터에는 무려 5만여명이 상시 근무하고 있고, 하루에 15만여명이 출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가 나자 쌍둥이빌딩 곳곳에서 창문을 열고 뛰어 내리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으며 수천명이 한꺼번에 건물에서 빠져나와 현장은 일순간에 아비규환을 이뤘다. 목격자들은 충돌한 비행기들이 "고의로 건물들을 향해 돌진한 것 같았다"고 말했으며, CNN의 션 머타 부사장은 "비행기가 낮은 고도에서 접근해 아슬아슬한 각도로 들이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한 소방관은 "경찰, 소방관, 시민 등 모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리는 등 공포의 도가니였다"며 "전쟁터에 있는 것 같았다"고 참상을 전했다. ◇ 워싱턴 = 세계무역센터 비행기 충돌사건이 발생한지 40여분만에 워싱턴 국방부 건물과 백악관 서쪽 인근의 헬기장에 비행기 1대가 추락하면서 헬기 1대와 충돌,헬기가 폭발했다. 충돌 직후 이 비행기의 후미가 떨어져 나가면서 국방부 건물 서편 한 쪽을 뚫고들어가 폭발했다. 미 언론은 이 사건으로 7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또 국방부에서 좀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2차례의 폭발음이 들렸다고 목격자들이 말했다. 국무부 건물 앞에서도 2차례의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했으나 직원들이 대피한 상태에서 일어난 것인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또 국회의사당과 링컨기념관에 이르는 국립광장에도 폭발로 보이는 불이 나면서관청가 일대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졌다. ◇ 펜실베이니아 = 유나이티드항공은 승객과 승무원 45명이 탑승한 뉴어크발 샌프란시스코행 여객기가 피츠버그 인근에서 추락했다고 확인했다. 피츠버그의 WPXI-TV는 공항관리들의 말을 인용, 대형 여객기가 제너스타운 동쪽13㎞ 지점에 추락했으나 사상자수는 아직 확琯프?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보스턴발 로스앤젤레스행 여객기 1대도 추락했다고 밝히고 이들 두 여객기에는 모두 110명이 탑승해 있었다고 말했다. ◇ 미 정부 대처 =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플로리다 사라토사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교육개혁에 대한 연설 도중 이 긴급사태를 보고받고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부시 대통령은 곧바로 워싱턴 귀환길에 올랐다가 루이지애나의 한 공군기지로 가 이번 사건을 지휘하다 다시 지휘부를 옮겼다. 부시 대통령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부터 사건을 보고받은 직후 전국에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미국을 겨냥한 테러가 분명하다"고 규정짓고 주범을 찾아내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로리다에서 루이지애나 박스데일 공군기지로 이동한 부시 대통령은 또 성명을통해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 병력이 `고도의 경계상태'에 돌입했다고 밝히고 한치의착오도 없이 이 비겁한 행위에 책임있는 자들을 색출, 응징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 당국은 주요 관청 외에도 국회의사당과 유엔본부, 뉴욕 월스트리트, 미국 최대 빌딩인 시카고 시어스타워 등 전국 주요 도시 건물에 소개령을 내렸으며, 뉴욕증시의 주식거래도 무기한 폐장하는 등 긴급 안보태세에 돌입했다. 당국은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서부 대도시에도 경계를 강화하는 한편월트 디즈니 등 군중 밀집지역을 폐쇄했다. 연방항공청(FAA)은 미국 전역에 있는 공항을 폐쇄,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했으며뉴욕 및 워싱턴행 비행기는 캐나다 공항으로 착륙을 유도했다. 논평가들은 이날 테러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참전을 촉발한 일본의 진주만 폭격에 비유했으며, 일각에서는 남북전쟁 이후 최대의 국가 재난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관리는 이번 테러사건의 배후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기때문에 군사조치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 테러 배후 = 미국은 이번 동시다발 테러가 빈 라덴의 승인 아래 이뤄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오린 해치 상원의원이 밝혔다. 해치 상원의원은 검찰과 정보당국의 중간보고를 통해 이란이나 이라크, 리비아등은 이번과 같은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수 없는 것이란 판단에 따라 그를 용의자로지목했다고 말했다. 특히 12일은 세계무역센터 인근에 있는 한 법정에서 빈 라덴의 지난 1998년 탄자니아 주재 미대사관 테러 관련 혐의에 대한 궐석선고가 이뤄질 예정이었던 것으로확인돼 그의 개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빈 라덴도 3주전 미국에 대한 "사상 초유의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계획임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지인 알-쿼즈 알-아라비의 편집장인 압델-바리 아트완은 빈 라덴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로부터 이런 테러경고를 입수했지만 당시엔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탈레반 정권은 빈 라덴이이번과 같은 대규모 테러를 자행할 수 있을 정도의 조직이나 장비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그의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인 압둘 살람 자에프는 따라서 미국이 아프간에 있는빈 라덴을 공격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추적을 피해 텔레반이 장악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진 빈 라덴은 현대판 이슬람 십자군으로 자임하면서 미국을 공격 목표로 삼겠다는 위협을 공개적으로 해왔다. ◇ 교민 및 상사원 상황 = 세계무역센터에는 LG증권, LG화재, 현대증권, 동원증권 등 한국 증권사들의 뉴욕지사가 입주해 있으나 다행히 아직까지는 상사원들이 대부분 사건 발생 후 안전히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직후 긴급 상황실을 설치한 뉴욕총영사관은 아직까지 한인 인명 피해와 관련된 신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뉴욕총영사관은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한 국내 금융사와 지방자치단체 뉴욕사무소인원 36명중 5명을 제외한 31명이 모두 안전하게 대피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LG증권의 이모 과장을 비롯한 나머지 5명에 대해선 계속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LG증권 목석균 지사장의 가족들은 사건 직후 목 지사장과 통화한 결과 "직원들과 안전하게 대피했으니 안심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세계무역센터 78층에 있는 현대증권 미국법인도 주익수 사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원 증권 직원들도 안전이 확인했다. 그러나 세계무역센터에는 상사주재원 외에도 뉴욕에서 변호사와 무역상을 하고있는 한인들이 많이 입주해 있어 한인 피해 여부에 대한 최종 확인까지는 시간이 더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 1대는 워싱턴 덜레스국제공항에 착륙 예정이었으나 미니애폴리스로 착륙지?긴급 변경했고, 뉴욕행 아시아나 항공편도 캐나다로 항로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과 워싱턴 교민들은 우리나라와 통화가 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으며 서울에서 안부전화를 묻는 친지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워싱턴.뉴욕=연합뉴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