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라운드 동반자는 거의 가족들이었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장남인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항상 정 명예회장을 모시고 나왔고 정몽헌 현대아산회장도 자주 동반했다. 정상영 금강고려화학 명예회장도 붙박이처럼 항상 함께 플레이했다. 정 명예회장 일가는 가정교육이 매우 엄격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금강골프장 소유주인 정상영 회장을 보면 얼마나 가정교육이 철저했는지 한번에 알 수 있다. 정상영 회장이 정 명예회장을 대하는 자세는 자식이 아버지를 위하는 그것과 다를바 없을 정도로 극진했다. 정 명예회장이 골프치러 나오면 정상영 회장은 만사 제쳐 두고 나와서 모셨다. 단 한 차례도 이를 어기지 않았다. 식사할 때도 정 명예회장이 숟가락을 들어야 자신도 들었고 함께 라운드를 할 때면 결코 형님을 앞질러 가지 않았다.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명예회장을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정상영 회장뿐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누가 부축해 주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누가 옆에서 붙잡으면 손으로 탁 쳐 물리쳤는데 정상영 회장의 부축에는 순순히 응했다. 정 명예회장도 정상영 회장을 극진히 아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려고 했으나 정상영 회장이 자력으로 하고 싶다며 고사하곤 했다. 가족들은 정 명예회장이 오기 30분 전에 미리 도착해 준비를 했다. 정상영 회장은 아예 토요일 저녁 클럽하우스 4층에서 자면서 대기했다. 정 명예회장이 골프를 치자고 불렀는데 가족들이 안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족들 외에 라운드를 함께 한 사람은 회사 중역 중 이내흔 현대통신산업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정도였다. 특히 김윤규 사장은 정 명예회장을 가장 가까이서 모신 사람 중 하나인데 가족 외에 정 명예회장을 부축할 수 있는 유일한 중역이었다. 라운드에 임하면 '오너'는 항상 정 명예회장이었다. 정 명예회장이 티샷을 하면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을 했다. 연로한 탓에 티샷이 조금밖에 나가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이 "나이스 샷"하며 호응을 해주면 고맙다는 뜻으로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도움말:이강천 전 금강CC 헤드프로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